“대다수 직원들, 마지못해 여기 있다” 토로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재집행이 임박한 가운데, 요새가 된 대통령 관저에서 근무한다는 경호처 직원의 메시지가 공개됐다. 이 직원은 “상황이 빨리 종료되기만을 바란다”고 토로했다. 현재 대통령 체포 저지를 주도한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을 비롯해 경호처 간부들은 줄줄이 입건된 상황이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1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어제 신원을 밝힐 수 없는 사람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자신의 지인이 경호처 직원인데 지금의 상황에 괴로워하면서 그 심경을 적은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한다”며 해당 메시지를 공개했다.
경호처 직원 A씨는 “현재 근무 중이다. 춥고 불안하다. 공조본에서 올 것 같은데, 제대로 해 줬으면 좋겠다. 대다수 직원들은 명령이라 마지못해 여기에 있다. 그냥 열어줄 수 없으니까 서 있는 정도다. 지휘부와 김용현·김건희 라인만 살아있고, 일반 직원들은 동요가 크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지휘부는 어차피 무너지면 자기들도 끝이라 발악하는 것 같다. 경호처 특성상 대다수 직원들은 마지못해 감수하고 있다. 같이하지 않으면 비겁자로 낙인찍힐 수 있어서”라고 토로했다.
그는 “그냥 상황이 빨리 종료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그동안 명예와 자부심으로 지켜온 경호처를 지난 2년간 다 망쳐버렸다. 이 상황이 정리되면 발본색원하고 경호처가 재건되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김 평론가는 “경호처 직원들은 무슨 죄가 있냐. 이들의 고통은 심적 고통으로 한정되지 않는다”며 “어쩔 수 없이 마지못해 끌려 나가서 체포영장을 막았다가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되면, 명예와 연금과 직장까지 날아간다”고 말했다.
경호처 내부에선 사기가 떨어지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경호처 내 위아래의 온도가 전혀 다르다”며 “일부 수뇌부들이 벌이는 행동에 대해서 MZ세대 경호관들은 부들부들해한다. 사석에서는 ‘저 사람들 미친 거 아니야?’라는 식으로까지도 이야기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은 당초 예상을 깨고 경찰에 출석했다. 경찰의 세 차례 요구 끝에 이뤄진 출석이다. 현재 박 처장과 함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된 김성훈 경호처 차장, 이광우 경호본부장,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 등은 모두 경찰에 출석하지 않은 상태다.
박 처장은 이날 서대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출석 전 취재진에 “현재 정부 기관들끼리 대치하고 충돌하는 상황에 대해 많은 국민이 걱정이 클 것으로 안다”며 “현직 대통령 신분에 걸맞은 수사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 우리나라 국격에 맞게 대통령에게 적정한 수사 절차가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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