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인 판촉 전략으로 재고 소진중”
쌓여가는 재고, 패션 업계의 ‘골칫거리’
매대 전면에 패딩 아우터 배치 마케팅
최근 이어진 한파로 패션업계가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가격대가 높고 마진율이 높은 패딩 재킷 등 겨울 아우터 판매가 급증하면서다.
하지만 여전히 쌓여가는 재고는 업계의 큰 고민거리로 남아 있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9일까지 롯데·신세계·현대 등 주요 백화점의 아웃도어 브랜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30%가량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의 증가율은 30%에 달했고, 신세계와 현대백화점도 각각 23.9%, 22.7%로 20%를 웃돌았다.
특히 고가 프리미엄 아우터의 판매가 두드러졌다. 롯데는 관련 매출이 70% 증가했으며, 현대는 55.2%, 신세계는 42.4% 급증했다.
서울의 체감온도가 영하 20도까지 떨어진 지난 9일에는 신세계백화점에서 관련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45% 폭증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 침체로 의류 재고가 계속 쌓이고 있는 점은 패션업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기준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재고자산은 3414억 원으로, 재작년 3분기 3376억 원 대비 소폭 증가했다. 한섬의 재고자산은 6585억 원으로 전년 동기 6521억 원보다 64억 원 늘어났다.
LF와 F&F의 경우 재고 증가율이 크지는 않았지만 각각 4467억 원, 3617억 원의 높은 재고 자산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행에 민감한 의류는 한철만 지나도 판매가 어려워지고 자산 가치가 급격히 떨어진다”며 “재고가 늘어나면 할인 판매로 이어져 다음 시즌 신제품 매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초에 겨울 재고를 처리하지 못할 경우 다음 겨울 매출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업계는 재고 소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작년 겨울 초반에는 이상 고온으로 백화점과 패션업체들이 큰 손실을 봤다. 이번 겨울에는 혹한이 오며 매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사회 분위기와 소비 심리 위축이 여전히 변수다.
최근 계엄령과 탄핵 등 정치적 혼란에 더해 무안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하며 연말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패션업체들이 ‘패딩 충전재 허위 표기’ 논란에 휩싸이며 소비자 신뢰가 하락, 의류 소비에 악영향을 미쳤다.
백화점과 패션업체들은 설 연휴 이전에 재고를 털어내기 위해 적극적인 판촉 전략을 펼치고 있다.
재고를 소진하지 못할 경우 ‘헐값’에 아울렛으로 넘겨야 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할인 폭을 크게 늘리고, 매대 전면에 패딩 아우터를 배치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재고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소진하느냐가 내년 업황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강추위가 지속되기를 기대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재고 관리와 유통 전략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