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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식의세계속으로] 트럼프와 북극의 지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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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1-13 23:17:27 수정 : 2025-01-13 23: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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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의 보고’ 그린란드 향한 야욕 드러내
혼란의 시대에 韓은 누구와 연대해야 할까

지난 7일 미국 차기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기자회견은 향후 4년 동안 세계가 얼마나 혼란스러울지를 알리는 신호탄과 같았다. 특히 미국이 그린란드와 파나마를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통제하겠다는 발언은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한편으로 중국이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대만을 ‘조국의 품’으로 돌아오게 하겠다는 악몽을 상기시켰고, 다른 한편으로 전쟁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굴복시키려는 러시아의 침략이 이제 지구촌의 다반사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 때문이다. 미국이 러시아나 중국처럼 기존의 제도와 규칙을 무시하고 무력을 통해 변화를 추구하기 시작한다면 세계는 무질서의 혼돈으로 빠질 것이 확실하다.

미국 트럼프의 발언은 국제질서를 19세기 제국주의 시대로 퇴행시키는 위험을 안고 있다. 당시 미국이라는 신생국은 1803년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 영토를 사들여 국토를 두 배로 늘렸고, 1867년에는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인수했다. 이후 1898년 스페인과의 전쟁을 통해 쿠바, 푸에르토리코, 괌, 필리핀 등을 얻었다.

역사를 뒤로 돌리는 트럼프의 시대착오적인 발언은 나름 대중적 어필을 할 수 있다. 소련의 붕괴를 만회하고 붉은 제국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러시아나 뒤늦은 후발 제국주의를 통해 주변을 흡수하려는 중국과 경쟁하려면 미국도 제국주의적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논리니 말이다.

트럼프의 그린란드에 대한 욕심은 무엇보다 북극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지정학적 경쟁을 반영한다. 기후변화로 지구의 기온이 올라가고 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림으로써 북극해의 항해 가능성은 커지고 자원 개발도 수월해졌다. 북극 지역을 둘러싼 경쟁이 강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조건이다.

19세기 알래스카를 차지한 이후 미국은 러시아와 함께 북극 지역의 터줏대감이 되었다. 북극해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관심은 오래됐다. 이미 1946년 미국이 덴마크에 1억달러 규모의 그린란드 구매 제안을 했으나 거절당했다는 사실이 한참 뒤인 1991년 밝혀졌다. 트럼프는 집권 1기인 2019년에도 덴마크에 그린란드를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했었다.

덴마크는 18세기부터 그린란드의 주권을 행사하는 세력이지만 2009년 그린란드 주민이 원하면 주민투표를 통해 언제든 독립할 수 있는 권한을 양도했다. 문제는 그린란드의 주민 수는 5만 남짓하고, 종주국 덴마크도 기껏해야 인구 600만명 정도다. 강대국 미국이 침을 흘리며 야욕을 드러낼 수 있는 규모인 셈이다.

특히 트럼프는 인구 4000만명의 캐나다도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라며 겁박하는 인물이 아닌가. 오죽하면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한 칼럼니스트는 캐나다가 미국의 협박을 받느니 오히려 유럽연합의 28번째 회원국이 되면 어떻겠냐고 지정학적 상상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질서가 무너지는 혼란의 시대인 것만큼은 틀림없다.

이에 덧붙여 작년 말 새로 들어선 아이슬란드 정부는 2027년까지 유럽연합 가입에 대한 국민투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푸틴의 러시아와 트럼프의 미국 사이에서 외톨이로 생존하는 것보다는 작지 않은 덩치인 유럽연합의 보호막을 찾는 듯하다. 이 혼란의 시대에 한국은 누구와 짝을 이루고, 어떤 연계로 부족한 국력을 보완하면서 덩치를 키울 수 있을지 지정학적 숙고가 필요한 상황이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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