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 오전 자강도 강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를 여러 발 쏜 것을 우리 군이 포착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 위반인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올해 들어 두 번째이자 8일 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긴장을 높여 존재감을 과시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북한은 머나먼 동토(凍土) 우크라이나 사지(死地)에 꽃다운 나이의 청년들을 총알받이로 몰아넣고는 동아시아에서 발언력을 높이기 위해 미사일 도발을 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파병 북한군 피해 규모가 사망 300여명, 부상 2700여명에 달한다. 우크라이나군에 포로로 잡힌 북한군 병사의 잔뜩 겁먹은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무고한 젊은 피를 희생한 대가로 결국 동포를 겨냥할 미사일 전력이나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미 외교에 나서는 것인가 하는 자괴감이 든다. 20일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을 계기로 북한이 미국과의 거래를 유인하기 위해 앞으로 도발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는 더욱 증폭된다.
트럼프 당선인의 과거 행보나 북한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앞으로 북·미의 급밀착 속에서 한국이 속수무책으로 소외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국정원은 그제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2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를 추진할 가능성을 내다보면서 “단기간 내에 완전한 북한의 비핵화가 달성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핵 동결과 군축 같은 작은 규모의 협상, ‘스몰 딜’ 형태도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비핵화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현안에서 우리 의사와 관계없이 ‘한국 패싱’이 현실화할 수 있는 대목이다. 탄핵 사태의 엄중함 속에서 외교·안보의 공백이 절대로 발생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이 촉발한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군 통수권자는 직무정지, 국방부 장관은 40일 이상 장기 부재에 육군참모총장은 내란혐의로 구속 상태다. 우리는 군 통수 체제의 골간인 대통령-국방부 장관-육참총장의 사실상 동시 궐위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북한의 오판을 방지하고 국제 사회에 변함없는 한·미동맹 체제를 과시하기 위해선 국방부 장관직을 더는 비워둘 수 없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안정적 외교·안보 태세 확립을 위해 국방부 장관 공백 상태를 해소하고, 여야도 국가안보 앞에서는 정쟁 없다는 인식 아래 후임 인선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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