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기피 신청은 ‘시간 끌기’
尹 결자해지해야 국가 혼란 줄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어제 대통령경호처와 3자 회동을 해 “체포영장 재집행에 평화적으로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르면 오늘 체포영장 재집행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사실상 마지막 조율을 시도한 것이다. 서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듯, 공수처는 “논의 내용이 집행 계획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어제 “제삼의 장소에서 조사 또는 방문 조사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대국민호소문을 냈다. 국가기관 간의 물리적 충돌은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해야 하는 만큼 공조수사본부와 경호처는 끝까지 타협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서울서부지법은 어제 김성훈 경호처장 직무대행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 변호인단은 “체포영장 집행을 막는 대통령경호처의 권한 행사는 정당하다”고 했다. 심지어 “불법·위헌 영장으로 관저에 침입하는 경찰들은 모두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군사시설보호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라고 주장한 건 어이가 없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도 “공수처와 국수본은 영장 집행 중단은 물론 불법적 수사에서 당장 손을 떼야 한다”고 거들었다. 법관이 적법하게 발부한 영장을 집행하는 공권력을 부정하는 것이야말로 반법치 행태 아닌가.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이 어제 열렸지만, 윤 대통령이 ‘신변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출석하지 않아 4분 만에 끝났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이 정계선 헌법재판관이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내 “공정하지 않다”며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낸 것은 재판 지연 전략이 아닐 수 없다. 헌재가 이를 기각하고, 변론기일 일괄 지정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건 상식적인 조치에 속한다. 헌재는 윤 대통령 측의 정치적 주장과 재판 지연 기도에 휘말리지 말고 공정하고 신속하게 재판을 주도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법적·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서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했다. 하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아 국가 혼란과 국민 불신을 더 키우고 있다. 지금 우리 경제와 안보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사태 진정’과 ‘더 큰 혼란’ 사이에 선 중대 국면에서 윤 대통령은 더는 나라를 어지럽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수사와 탄핵심판에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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