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고교 무상교육 국비 지원 기한을 3년 연장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올해부터 고교 무상교육 비용은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권한대행은 “국가 전체의 효율적 재정 운용을 위해서는 지방 교육재정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교육청 곳간 사정을 고려할 때 거부권 행사는 당연하다.
문재인정부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특례조항을 만들어 2020년부터 5년간 한시적으로 정부와 시도교육청이 각각 무상교육 비용의 47.5%를 부담하도록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교육청의 재정 부담 시점을 3년 더 연장하는 법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현행 교육교부금 제도에 따르면 내국세 수입의 20.79%가 자동으로 초중등 교육에 할당된다. 올해 교육교부금만 72조3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조4000억원 늘었다. 돈이 남아돌다 보니 시도교육청이 수요도 크지 않은 태블릿PC 등을 구매해 학생에게 나눠주는 등 교육교부금을 쌈짓돈처럼 써왔다. 감사원이 2020∼2021년 2년치에 대해 감사한 결과 42조원의 교부금이 불필요하게 지출된 사실이 드러난 게 그 방증이다.
고교 무상교육에는 2조원 정도의 재원이 소요된다. 유보통합, 늘봄학교 등에 돈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교육청마다 쌓아놓은 유보금이 10조원에 이른다. 이미 정부는 올해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전년도 정산분 52억원만 편성했다. 반면 일선 교육청들은 특례조항 ‘일몰’에 대비해 고교 무상교육 예산도 짜놓은 상태다. 여기에 매년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2028년에는 교육교부금이 88조원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교육교부금에다 국비까지 지원하는 건 ‘퍼주기’나 다름없다.
당장 무상급식부터 사라질 것처럼 혹세무민해서는 안 된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은 예산 부담 주체만 달라질 뿐 고교 무상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교육청부터 선심성 지출을 줄이는 등 예산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재해대책 등에 쓰일 예비비 1조6000억원을 끌어 쓰라는 야당의 주장은 무책임하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는데도 교부금은 늘어나는 기형적 구조부터 고쳐야 한다. 17년째 이어온 등록금 동결 기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 지원을 위한 교육재정의 배분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고교 무상교육이 아니더라도 경기부양 등 재정이 필요한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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