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의 15일 윤석열 대통령 2차 체포영장 집행은 해도 뜨지 않은 새벽부터 시작됐다.
공수처와 경찰은 이날 오전 4시28분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도착했다. 관저 앞에는 이미 국민의힘 의원 30여명이 체포 저지를 위해 인간 띠를 만들고 있었다.
경찰 추산 윤 대통령 지지자 약 6500명도 관저에 모여 체포영장 집행 저지에 나섰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경호처는 관저 입구에 버스로 차벽을 추가로 설치했다. 경호처는 6층 차벽으로 1차 저지선을 세워둔 상태였다.
오전 5시20분쯤 김홍일·윤갑근 등 변호인단이 관저에 도착해 공수처와 경찰의 체포 시도에 항의했다. 이들은 “체포영장은 무효이며, 집행 시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와 경찰은 본격 행동에 나섰다. 공수처는 “체포 저지 시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 있다”고 경고한 뒤 관저 강제 진입을 시도하면서 한때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공수처·경찰은 우선 관저 입구 앞 지지자들에 대한 강제해산에 나섰다. 경찰은 경호처를 향해서는 “관저 출입문을 개방하라”고 경고방송을 했다. “김성훈 경호처 차장·이광우 경호본부장 체포영장 함께 집행하겠다”고도 밝혔다.
저지선이 뚫리기 시작한 건 공수처와 경찰이 관저에 도착한 지 약 1시간30분 뒤쯤이었다. 경찰은 7시30분쯤 사다리를 이용해 버스 차벽을 넘어 1차 저지선을 통과했다. 2차 저지선이 있었으나 버스차벽을 우회해 통과했고, 곧이어 3차 저지선도 열었다.
관저에 들어갔던 국힘 박충권 의원은 페이스북과 유튜브 채널 인터뷰를 통해 “공수처와 경찰이 1000명 넘게 진입했다”면서 ”일부 경찰 병력이 정상적으로 들어가는 통로 옆 후문으로 들어온 것 같고, (경호처가) 그쪽에서는 방어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철문이 개방되면서 8시25분쯤 영장 집행 수사팀 차량이 관저에 진입할 수 있었다. 경찰은 김 차장과 마주하고 사전에 발부받은 체포영장을 제시했다.
철문은 열렸지만 윤 대통령은 나타나지 않았다. 공수처와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체포영장 집행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변호인단은 윤 대통령의 자진 출석을 타진했다. 이에 공수처는 “자진 출석은 고려하지 않는다”며 “체포영장이 집행되면 바로 공수처로 이동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한시간 넘는 협상 끝에 오전 10시10분쯤 석동현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윤 대통령이 공수처로 출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공수처는 “10시33분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고 선언했다. 윤 대통령은 차를 타고 관저 밖으로 나와 경기도 과천 공수처로 이동했다.
직후 윤 대통령은 관저 내에서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약 2분30초 가량의 영상을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불법수사이긴 하지만 공수처 수사에 응하기로 했다”며 “불법적이고 무효인 절차에 응하는 것은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다”며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영장이 발부되고, 또 영장 심사권이 없는 법원이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그리고 수사 기관이 거짓 공문서를 발부해서 국민을 기만하는 이런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 자행되고 무효인 영장에 의해서 절차를 강압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정말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오전 10시53분쯤 공수처에 도착해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1차 체포영장 집행 실패 후 이뤄진 약 6시간의 2차 체포영장 집행은 헌정사 상 첫 대통령 체포로 종료됐다. 윤 대통령의 공수처 조사는 지난해 12월31일 체포영장이 발부된 지 15일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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