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덩달아 ‘예비 학부모’가 된 내 마음도 바빠졌다. 어린이집보다 빠른 등교 시간에 대비해 아이의 기상 시간을 당기고, 책가방과 필통을 사고, 늘 잡던 손을 놓고 혼자 길 건너는 연습도 한다. 동시에 애쓰고 있는 것은 ‘눈치 교육’이다.
예전엔 아이에게 네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려주기 위해 노력했다면, ‘첫 본격 사회생활’을 앞둔 요즘은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으니 불편해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내 행동이나 말이 다른 사람을 기분 나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친구 집에 갔을 때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우웩 맛없어”등의 말을 대놓고 해선 안 된다든가, 마음대로 냉장고 등을 열어봐선 안 된다든가 등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이런 눈치도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공공장소에서 타인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아이의 말에 곤혹스러웠던 적이 있을 것이다. 결국 타인을 향한 배려심도, 눈치도 배우고 연습해야 길러진다.
살다 보면 눈치를 챙겨야 할 때가 많다. 지난달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뒤에도 사회 곳곳에서 눈치 없이 행동하던 이들이 비판받는 것을 목도했다. 수많은 희생자가 나온 참사에 많은 이들은 주변인을 잃은 것처럼 충격을 받았고, 태국을 떠난 항공기였던 만큼 특히 태국 여행 온라인 커뮤니티는 큰 슬픔에 잠겼다. 그러나 몇몇은 참사 당일 추모글 사이에 맛집 후기 등을 올렸다가 뭇매를 맞았다. 이용자 사이에선 “희생자들은 며칠 전까지 여기서 여행 정보를 나누던 사람일 수 있다. 오늘 하루만 가벼운 글은 자제하자”는 호소도 나왔다.
한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의 관리자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참사를 언급하면서 “해외 다녀오다 비행기 추락하면 결근 안 생기게 부모님보다 나한테 먼저 연락하라”고 한 것이 알려져 프랜차이즈 본사까지 사과했다. 모두 내 발언이 타인에게 어떻게 느껴질지는 고려하지 않은 행동이다.
이런 눈치 없는 행동은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야당 대표는 참사 당일 영화 제목에 빗대 “국민을 향해 쏴라. 윤&한(윤석열·한동훈)”이란 풍자글을 올렸다가 ‘지금 이런 글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삭제했고, 여당 의원은 참사를 수습할 총리 등이 공석이라며 국무위원을 탄핵한 야당을 비판했다가 비판을 받았다. 둘 다 발언 자체보다도, 발언의 ‘타이밍’이 문제였을 것이다.
흔히 ‘공감도 지능’이란 말을 쓴다. 공감은 결국 상대방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것인 만큼, 공감을 하지 못하는 것은 생각이 모자란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의미다. 사회적 분위기, 타인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만 생각한 눈치 없는 행동들을 보다 보면 ‘눈치도 지능’이란 말이 절로 떠오른다.
추모나 공감은 강요할 문제는 아니다. 다만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 만큼, 매 순간 내 말과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생각해야 한다. 특히 말의 무게가 무거운 정치인에게는 이런 훈련이 더 필요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가만히 있어도 중간은 간다’는 진리를 되새기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눈치도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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