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첫날 묵비권… 다음날 조사 불응
‘방어논리 사전 노출 않겠다’는 의도
법원서 구속 필요성 여부 등 따질 듯
체포적부심 청구로 체포 기한 연장
강제조사 없이 구속영장 청구할 듯
법조계 “尹 비협조… 재판 불리” 전망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이틀째 피의자 조사를 전면 거부한 건 수사 단계에선 대응하지 않고 향후 법원에서 체포의 적법성과 구속 필요성 여부 등을 본격적으로 다투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전날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으로 신병을 확보한 뒤 11시간 가까이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 검사의 질문엔 입을 굳게 다물었다. 공수처는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하룻밤을 보낸 윤 대통령을 이날 오전부터 다시 조사하려 했지만 윤 대통령 변호인단이 ‘건강상 이유’를 들어 연기를 요청하자 오후 2시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 측은 조사를 10분여 남겨 두고 공수처에 불출석 의사를 전달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약 10시간40분간 이어진 조사에선 대부분 질문에 사실상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날까지 변호인을 통해 별도 의견서를 제출하지도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름·주소 등을 묻는 인정신문에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 녹화와 조사 종료 후 조서 날인 등도 모두 거부했다. 공수처는 전날 조사에서 준비한 200여쪽 분량의 질문지를 상당 부분 소화했지만, 아직 확인할 게 남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엔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다’며 세 차례에 걸친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공수처가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에서 발부받은 체포영장 역시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전날 조사를 마친 뒤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했다. 윤 대통령 측은 지금껏 수차례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변호인단은 “내란죄 성립이 안 된다”며 “법정에서 다투겠다”고도 밝혔다. 향후 법정에서 풀어낼 방어 논리를 사전에 노출하지 않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조사에 계속 불응하더라도 구치소 방문 조사나 강제인치(강제연행) 등을 하지 않고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 측의 조사·조서 날인 거부 등 비협조적 태도가 향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나 본안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통화에서 “(윤 대통령 측이) 일단 시간을 끌려는 것”이라며 “사건을 지연시켜서 최대한 자신에게 유리한 지형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일 텐데, 사안의 중대성과 지금까지 체포영장 등의 집행을 거부한 걸 도주 우려로도 볼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구속 사유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단독 소준섭 판사는 이날 오후 윤 대통령의 체포적부심을 비공개로 진행했다. 심사는 2시간여 만에 끝났다. 윤 대통령이 직접 출석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으나, 경호상의 이유 등으로 변호인인 석동현·배진한·김계리 변호사만 나왔다. 공수처 측에선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2명이 출석했다.
석 변호사는 심사 종료 후 취재진에게 “인신 구속이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며 “하물며 국가 원수인 현직 대통령에 대해 위법·무효한 영장으로 신체를 구속한 이 상황은 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했다.
공수처의 윤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 시점은 예정보다 늦춰졌다. 원래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집행된 지 48시간째인 17일 오전 10시33분이 체포 시한이었다. 이 기한 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윤 대통령을 풀어줘야 한다. 공수처는 이날 오후 2시3분 법원에 수사 관련 서류와 증거물 등을 제출했는데, 형사소송법은 이 서류 접수 시점부터 반환까지의 기간이 48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이날 체포적부심사가 진행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청사 인근엔 윤 대통령 지지자 1000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모여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거나 ‘탄핵무효 이재명 구속’ 등이 적힌 손 피켓을 든 채 “윤석열을 석방하라”, “체포적부심 인용하라”, “불법 영장 철회하라” 같은 구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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