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상자산 관련 범죄가 75조원 규모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는 역대 두번째로 높은 수치다. 특히 가상자산범죄 수법이 다양해지고 고도화하고 있어 가상자산 생태계에 위협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기업 체이널리시스가 발간한 ‘2025 가상자산 범죄 보고서-개요(Intro)’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주소로 유입된 금액은 409억달러(약 59조원)에 달했다. 향후 추가로 파악되는 범죄에 따라 510억달러(약 75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추가 범죄가 파악된다면 지난해는 가상자산 범죄 역사상 두번째로 불법 활동이 많았던 해가 될 예정이다.
지난해 범죄에 가장 많이 활용된 가상자산은 스테이블코인이다. 전체 불법 거래량 63%를 차지했다. 이는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스테이블코인 비중 자체가 전년 대비 77%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나 유로 등 법정 화폐나 금과 같은 자산과 연동돼 있어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하는 가상자산을 말한다. 앞서 2021년까지 사이버 범죄자들은 높은 유동성을 이유로 비트코인(BTC)을 범죄에 가장 많이 이용했다.
가상자산 범죄의 지속적인 다양화와 전문화에 대한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에릭 자르딘(Eric Jardine) 체이널리시스 사이버범죄 연구 총괄은 “국제 조직범죄 그룹을 포함한 점점 더 많은 범죄자가 가상자산을 활용해 마약 밀매, 도박, 지적 재산권 도용, 자금세탁, 인신매매, 야생동물 밀매, 폭력 범죄 등 전통적인 범죄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며 “일부 범죄 네트워크는 여러 유형의 범죄 활동을 결합한 ‘폴리크라임(polycrime)’을 실행하기 위해 가상자산을 이용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가상자산 관련 범죄가 심화하면서 우리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한창이다. 국내에서도 수출업체가 달러나 유로 등 법정화폐와 가치를 연동해 스테이블 코인으로 거래대금을 받아 법인세를 탈루하는 등의 외환 범죄가 지속적으로 적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최근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해 국경 간 거래 보고 의무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상자산 이용 우회・불법거래 모니터링을 강화해 탈세와 자금세탁 등 불법 외환 거래를 차단하고 가상자산이 불법 거래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는 가상자산을 활용한 국경 간 거래의 제도화를 위한 첫 단계다.
아울러 외국환거래법에 가상자산을 외환 거래와 자본 거래의 ‘제3의 유형’으로 정의하고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법적 규제도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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