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판사 겁박은 중대 범죄행위
지지층 자극한 尹 책임도 적잖아
내란 우두머리 혐의 피의자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새벽 법원의 영장 발부로 구속되자 지지자들이 법원에 난입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윤 대통령의 영장 발부에 격분한 지지자들은 법원 정문과 유리창을 깨고 청사로 들어가 법원 집기를 부수며 난동을 부렸다. “판사 X 나와라”라고 소리치며 영장 발부 판사를 찾았다고 한다. 법원의 판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법원과 판사를 겁박하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는 법치주의 부정이자 중대 범죄다. 윤 대통령 지지자 일부는 어제 헌법재판소로 몰려가 집회를 열었고, 남성 한 명은 헌재 담을 넘어 침입했다 붙잡혔다. 정부는 법원·헌재 난입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사태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범법자들을 일벌백계해야 한다.
헌정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이번 사태는 2021년 1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태를 연상케 한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결사 항전” 메시지가 지지층을 격분시켰듯이 이번에도 윤 대통령의 책임이 작지 않다. 윤 대통령은 그간 비상계엄의 정당성만 설파했을 뿐 정작 수사로 드러난 비상계엄의 위헌·위법 증거에는 묵비권으로 일관했다. 그 와중에 내놓은 대국민 담화나 ‘옥중 서신’은 지지층을 격분시켰다. 이런 국론 분열 행위는 일개 정파의 지도자라 해도 비난받을 일이다. 윤 대통령이 어제 뒤늦게나마 “평화적 방법으로 의사 표현해 달라”는 입장문을 낸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현직으론 처음인 윤 대통령의 구속으로 국민은 전직까지 다섯 번째인 대통령 구속 사태를 지켜봐야 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엔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법정에 나가 구속영장의 부당성에 대해 직접 항변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대통령 구속은 자업자득이다. 법원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전후해 휴대전화를 교체하고 메신저 앱인 텔레그램을 탈퇴한 점 등을 ‘증거 인멸’ 정황으로 보고 영장을 발부했다. 윤 대통령이 그간 체포·압수영장 집행이든 수사기관 조사든 일체의 사법 절차에 불응해온 결과 아닌가.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로 윤 대통령 측이 주장했던 법적 논란은 거의 해소됐다. 앞서 윤 대통령 측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권한과 서울서부지방법원의 영장 관할권을 문제 삼으며 서울중앙지법에 낸 이의신청도 기각됐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이 수사 절차에 딴지를 걸고 정파적 행동을 거듭한다면 마지막 남은 국민의 신뢰마저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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