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확장성엔 내가 가장 경쟁력 있어
‘민심 지도=국회 지도’ 가장 이상적
개헌·선거법 개정 통해 다당제 가야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 착각하면 안돼
‘反이재명 세력’ 총합이 나타나는 것
尹 탄핵심판·재판은 사법부에 맡기고
정치는 정치가 해야 할 민생 챙겨야
“(기존 보수층) 30%의 사람들이 모이면 서로 의견이 똑같죠. 마음이야 편하겠지만 그 길이야말로 그분들이 가장 싫어하는 ‘이재명 대통령’을 만드는 겁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인용돼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보수 결집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라고 선을 그으며 이렇게 말했다. 안 의원은 “정말 이기려면 중도보수, 중도까지 아울러 50%를 넘어야 이재명 대통령을 막을 수 있다”면서 “강한 신념을 가진 우파 세력에서 이런 인식을 하는 것이 대선의 키(key)”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라는 게 9개가 달라도 하나만 같으면 우리 편이라고 하는 쪽이 이기는 법이다. 그걸 꼭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여당 의원이 현직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될 것이라 예단하고 나가겠다 선언하는 건 도리가 아니라 생각한다”면서 조기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꼈다. 다만 당내 지지세가 약해 당내 경선에서 불리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만약 탄핵이 인용되고 선거에 나간다면 ‘확장성에선 내가 제일 경쟁력이 있다’고 설득하는 방법밖에 없지 않나”라고 했다.
안 의원과 인터뷰는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초유의 ‘서부지법 난동사태’가 벌어졌다.
“헌정 사상 법치주의 최후의 보루인 법원이 공격받은 것은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말에 나타났던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을 보며 한국에선 절대 저 정도까지의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는데, 그게 깨지는 순간이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행정부·입법부·사법부 모두 사상 초유의 법치주의의 위기를 맞았다.”
―2022년 대선 당시 후보 단일화로 윤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 기여를 했는데.
“제가 당선이 안 될 것 같으면 범죄 혐의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보단 정치 초보자(윤 대통령)에게 힘을 보태주는 게 차라리 낫겠다 싶었다. 이렇게 비상계엄까지 하게 될 것이라곤 그땐 저를 포함해 우리나라 국민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87체제’의 극복 필요성이 거론된다.
“지금은 과도한 입법권력이 행정부와 사법부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의 ‘줄탄핵’이 대표적이다. 87년 체제를 만들 때만 해도 ‘제왕적 대통령제’에 초점을 맞춰 과도한 입법권력이 삼권분립의 근간을 흔들 줄 몰랐던 것 같다. 우선은 선거법 개정과 개헌을 같이 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 선거법은 양당에 극도로 유리한 제도다. 이런 선거법을 그대로 두면서 의원내각제를 하면 최악이 된다. 다당제가 가능한 선거법을 만들어야 한다. 민심의 지도와 국회의 지도가 같아지는 것이 제일 이상적이다.”
―선거법 개정은 어떻게, 언제 해야 하나.
“가장 이상적인 제도는 독일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인데, 지금 사람들이 비례대표제에 대한 불신이 매우 많다. 그래서 저는 중대선거구제도를 생각한다. 최소한 한 선거구에서 3~4명을 뽑아야 다른 당 후보도 선출되면서 다당제가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제 선거구(경기 분당갑)가 경기 성남인데, 성남시 국회의원이 4명이다. 그러면 4명을 한 번에 뽑으면 된다. 시점에 있어선 미국처럼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하고 중간평가를 지방선거나 총선으로 하면 균형이 맞게 된다. 정기적으로 2년마다 선거를 치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보수 일각에서 ‘부정선거론’이 들끓고 있다.
“(선거) 부실 관리는 분명히 있다고 본다. 선거함 이송과정이라든지, 투표용지 관리라든지. 이런 걸 부정선거라고들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지난 선거는 거의 수개표였는데도 (부실 관리가) 없어지지 않더라.”
―극복 방안이 있을까.
“에스토니아에서 블록체인 기반으로 투표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 블록체인으로 하면 보안도 잘 지켜지고, 이것을 절대로 바꿀 수 없다. 바꾸더라도 금방 알 수 있다. 유권자가 에스토니아는 130만명인데, 우리처럼 4000만명 이상인 나라에서 블록체인 기반으로 해서 선거 시스템을 만들면 획기적일 뿐 아니라 기술 특성상 아무도 부정선거라고 말할 수 없다. 또 부정선거 논란이 있는 후진국에 수출도 할 수 있지 않나. 미래 먹거리도 될 수 있다.”
―블록체인 기반 투표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선거법상 문제는 없나.
“선거법은 개정해야 한다.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다. 갑작스러운 시행으로 부담이 된다고 하면 대도시 중심으로 파일럿 테스트(시범 운영)를 하거나 지선, 총선 등 특정 영역에서 블록체인을 사용해 선거를 하다 전체로 넓히면 대선도 치를 수 있다.”
―두 번의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서 모두 찬성표를 던졌고, 야당 주도로 통과한 내란특검법 투표에서도 여당 의원 중 유일하게 찬성하는 등 소신 투표를 하고 있다.
“나름의 소신 갖고 투표 참여하지만 기준은 항상 헌법, 법치주의, 민의다. 저는 국가의 이익, 국민의 행복, 국민의 안전이라는 가치를 이루기 위해 정치를 한다. 한마디로 ‘모두가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인데, 이걸 법 조항으로 만들어놓은 게 헌법과 법치주의다. 지역구민의 민심 등을 파악하는 것은 제 소신의 근본이 된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소수 목소리, 비주류라는 평가도 나온다.
“108명 중 비례대표, 영남권을 빼면 정말 몇 명 없다. 그러다 보니 (비영남권이) 당의 주류 목소리가 안 된다. 2023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윤상현 의원과 함께 ‘수도권 위기론’을 주장했다. 그랬더니 의원총회에서 ‘그런 생각할 거면 배에서 내리라’는 말이 나오더라. (당시 이철규 사무총장은 “함께 타고 있는 배에 구멍을 내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승선하지 못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때 깨달았다. 수도권에 전체 인구 절반이 살고, 의원 절반이 나오는데 그 분위기를 모르는 거다. 영남 중심의 사고방식이 우리 당에서 가장 고쳐야 할 점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는데.
“국민의힘이 좋아서가 아니라 ‘반(反)이재명’ 세력 총합이 그렇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본다.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 중도보수, 심지어 중도, 진보까지도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걸 착각하면 정말 안 된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민주당의 행보는 어떻게 평가하나.
“민주당은 ‘줄탄핵’으로 거의 대한민국을 마비시키고 있다. 제1 목적은 이재명 대표가 감옥에 가기 전에 대선을 치러서 대통령이 되는 것밖에 없다고 본다. 정말 불행한 상황이 되는 거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거인데, (공직선거법 사건) 1심에서 유죄를 받고 아직 결과도 나오지 않은 사람이 후보가 된다는 건 도리가 아니다. 어떤 경우가 됐든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고 깨끗하게 출마하든지, 아니면 유죄를 받아 나오지 못하든지 그중에서 결판이 나야 한다.”
―조기 대선 국면이 펼쳐진다면 출마할 생각이 있나.
“여당 의원이 현직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될 것이라 예단하고 나가겠다 선언하는 건 도리가 아니라 생각한다. 여당이라면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하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탄핵이 인용된다면 그때 출마 의사를 밝히는 게 맞다.”
―현재 구도로만 보면 당내 경선에서 당심(黨心)이 불리하단 평가가 나온다.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구체적으로 그런 전략까지 생각해 보진 못했다. 만약 탄핵이 인용되고 제가 선거에 나간다면 저로선 확장성을 내세워야 한다. ‘확장해야만 이길 수 있다, 확장성에선 제가 제일 경쟁력이 있다’고 얘기하고 설득하는 방법밖에 없지 않나 싶다.”
―구상하고 있는 보수 혁신 방안에 관해 설명해달라.
“유능함을 되찾고 증명하는 것이다. 민생 경제를 살릴 추경(추가경정예산)을 주장하는 것도 그 예다. ‘트럼프 2기’ 출범을 맞아 외교 면에서도 유능함을 보여줘야 한다. 국민이 더 살기 좋게 됐다고 체감할 수 있게 만드는 게 보수가 해야 하는 일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적 안정을 위해 해야 할 몫이 있다. 현재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수사와 재판 등에 정치가 끼어들어선 안 된다. 그건 그쪽에 맡기고, 정치는 정치가 해야 할 당 차원의 개혁, 선거법 개정 등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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