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조사엔 불응·탄핵심판은 출석’ 택한 윤 대통령, 의도는 [尹, 첫 탄핵심판 출석]

노무현·박근혜 땐 변론기일 불출석
“공수처 내란죄 수사권 없다” 일관
강제구인 거부 당시 ‘출석 뜻’ 전달
“가능하다면 계속 출석할 것” 입장
변호인 “공수처 수사, 진행 어렵다”
조사 안 받고 검찰 송부 노리는 듯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한 것은 심판정에서 변론권을 행사하는 데서 나아가 지지층 결집 효과까지 노린 포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탄핵심판에 직접 출석하면 구속 수감된 상태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대면조사 요구를 최대한 피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 변론기일이 시작되기 전부터 ‘탄핵심판 변론에는 직접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14일 열린 첫 변론기일에는 출석하지 않았다. 당시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있던 상황이어서 신변 안전과 경호 문제를 이유로 불출석했다. 헌재로 이동하거나 변론에 출석한 직후 체포될 가능성을 우려해서다. 공수처에 체포된 이튿날인 16일 2차 변론기일엔 ‘전날 오전 체포됐다’는 등의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탄핵심판은 당사자의 변론기일 출석이 원칙이지만, 의무는 아니다. 당사자가 불참할 경우 다시 기일을 정하고, 이 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당사자 없이 심리를 진행할 수 있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때에도 모두 출석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구속 다음 날인 20일 공수처가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찾아와 강제인치(강제구인)까지 시도하자 이를 거부하는 한편, 변호인인 윤갑근 변호사를 통해 헌재에 출석하겠다고 뒤늦게 알렸다. 윤 대통령 측은 앞으로도 가능하다면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계속 출석하겠다는 입장이다. 다음달 13일 8차까지 예정된 헌재의 변론기일은 설 연휴를 제외하고는 매주 화·목요일 진행된다.

검찰에 사건을 송부하기 전 조사를 마쳐야 하는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출석 결정으로 향후 수사에서 난항이 불가피하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전날 공수처가 강제구인을 시도하러 서울구치소로 찾아왔을 때 이날 변론 준비를 이유로 오후 9시까지 윤 대통령을 접견했다. 윤 대통령 측이 앞으로도 헌재 변론기일이 열리는 날은 물론, 출석일 전후에 변론 준비를 내세워 조사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공수처는 결국 피의자 조사를 못 끝낸 채 사건을 검찰로 송부할 수밖에 없다.

21일 경기도 과천시 공수처에서 관계자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공수처가 윤 대통령의 헌재 출석을 막을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관련 질문에 “본인의 변론권을 저희가 막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탄핵심판 기일이 아니더라도 변호인이 하루 종일 접견한다면 조사가 어렵지 않겠냐’는 물음엔 “그렇다고 해서 대면조사를 위한 시도를 중단하거나 거둘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15일 체포 당일에만 약 10시간40분간 조사를 받았고, 이후 공수처의 출석 요구에 모두 불응했다. 구속 전인 16·17일엔 건강상 이유 등을 들어 불출석했고, 19일 구속된 뒤로도 “공수처에서 더 말할 게 없다”며 계속 수사를 거부했다.

그간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며 불신을 감추지 않았다. 윤 대통령 측 윤 변호사는 이날 탄핵심판 변론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 수사에 대해 “현재와 같은 상태로는 진행이 어렵다”고 밝혔다. 윤 변호사는 ‘공수처가 사건을 검찰로 송부할 경우 조사에 응할 것이냐’는 질문엔 “검찰로 이송되면 그때그때 상황을 보고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김주영·유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