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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눈] 위기의 외교… 헌신에 대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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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1-21 23:10:45 수정 : 2025-01-22 16: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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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명예와 국익 소명으로
외교관들 세계 각지 옮겨다니며
개인의 헌신으로 일군 韓 외교
지금의 위기, 반드시 극복할 것

최종현 전 오만 대사는 총상을 입고 후송된 군인들을 보자 눈물이 ‘핑’ 돌았다고 했다. 전날 새벽 외교부로부터 해적에게 피랍된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에 대한 청해부대의 1차 구출 작전 실패 소식과 함께 후송 임무를 부여받고는 곧바로 공항으로 내달렸던 터다. “베트남 전쟁 후 부상한 우리 군인을 후송하는 임무를 맡은 외교관이 얼마나 있었겠나”라며 그때를 회상했다.

2011년 1월 21일 아덴만 여명작전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해적과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정부 의지와 군사작전에 대한 결심, 이를 실행에 옮긴 청해부대는 언론의 큰 관심을 받았다. 최 대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새로운 전투를 준비했다. 13명의 해적 중 8명이 사살됐다. 해적 시신을 소말리아 정부에 인도해야 했다. 소말리아는 정부가 정상 작동하지 않는 실패국가다. 오만에 대사관이 있지만 외교 활동이 있는지 의문이며, 국적이 불분명한 해적 시신을 자국민으로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도 컸다. 소말리아 대사관 측에서 시신 신원을 확인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는 인도받지 않으려는 의도라는 의심도 들었다. 그는 그들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신중하게 임무를 수행했다.

이우승 부국장 겸 외교안보부장

김종한 주베이징 한국대사관 공사참사를 만나 작별인사를 한 것은 2020년 5월 베이징 시내의 한 카페에서다. 그는 아프리카 카메룬 대사로 발령받아 곧 임지로 떠나야 했다. 코로나19의 광풍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을 때다. 발병 초기 백신이 없고, 병원체가 불분명할 당시 느꼈던 중국에서의 공포는 지금도 잊기가 쉽지 않다.

전 세계가 공항을 봉쇄하고 격리 조치에 들어가던 때다. 그는 전임지인 베이징을 떠나 카메룬의 수도 야운데에 도착하기까지 비행기 3편을 갈아타고 두알라(카메룬 최대 경제도시)에 도착한 뒤 육로로 이동해 야운데까지 무려 3일이 걸렸다. 그가 부임하던 무렵 카메룬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해 2020년 6월 기준 누적 확진자가 1만명을 돌파했다. 국가적인 비상사태였을 뿐만 아니라 외부인 입장에서는 의료와 안전시설, 방역조치가 한없이 불안했을 터였지만 그는 카메룬으로 떠났다.

화려하고 대단해 보이는 외교관의 생활 이면에는 녹록하지 않은 삶이 있다. 2~3년마다 공관을 옮기며 세계 각지를 돌아다닌다. 부임지에서 또 다른 부임지로 옮길 경우, 한국에 10여년 만에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가족 문제는 항상 고민의 중심이다. 특파원으로 근무하며 베이징에서 만난 외교관들은 자주 옮겨 다닌 탓에 예민한 시기의 자녀들이 인간관계에서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는다며 힘들어했다. 아프리카 근무에서 말라리아에 걸린 아이들로 애를 태웠다는 얘기는 새로운 얘기가 아닐 만큼 많이 들었다.

한국 외교의 위기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는 혼란 속에서 국제사회에 한국이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하는 외교관들의 상황이 곤혹스러울 터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지만, 아무리 곱씹어봐도 돌파구가 없어 보인다. 윤석열정부 들어 개선점을 찾아가던 한·일 관계는 찬물을 뒤집어쓰고, 추동력을 상실했다. 대미 외교는 더욱 걱정스럽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했지만, 동맹국인 한국은 방관자가 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대외정책에 대한 대응도 힘들고 한국 패싱 우려도 커지고 있지만, ‘우리가 잘 대처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가 있다.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과 북핵 외교를 생각하면 더더욱 불안감은 커진다.

최근 외교부 고위직 출신의 한 인사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사면초가에 빠진 한국 외교를 위한 제언을 부탁했다. 그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외교를 할 정부가 없다. 누구에게 제언할 것인가.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평생을 직업 외교관으로 살아온 그가 느끼는 답답하고 암울한 외교 현실에 공감이 갔다. 광복 후 80년 만에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것은 모든 국민이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다. 조국의 명예와 국익을 위해 외교 현장에서 분투한 외교관들의 희생도 분명 큰 힘이 됐다. 초유의 국가 위기 상황이다. 다시 한 번 우리 외교관들의 헌신과 노력을 당부하고 싶다.


이우승 부국장 겸 외교안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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