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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매킨리산과 MA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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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1-21 23:10:52 수정 : 2025-01-21 23: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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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날리(Denali)는 미국 알래스카주의 산 이름이다. 해발 6190m로 북미에서 가장 높다. 원주민 코유콘 아타바스칸족의 ‘높다’, ‘크다’라는 말에서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이 산 이름은 1867년 미국이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산 뒤 미국 역사와 함께 우여곡절을 겪었다. 1896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 윌리엄 매킨리를 지지한 금광 채굴업자는 이 산에 매킨리(McKinley)라는 이름을 붙였다. 1897년 매킨리가 제25대 대통령(1897년 3월∼1901년 9월 재임)으로 취임하자 이 이름이 연방에서 통용됐고, 1917년 매킨리산국립공원법이 제정되며 공식화됐다.

연방 차원에서는 매킨리산이었지만 현지에서는 계속 디날리라고 불렸다. 1975년 원주민 커뮤니티 등 지역 사회 요구를 수용해 주(州) 차원에서는 디날리라는 이름을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2015년 미국 최초의 유색 인종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디날리를 연방정부 차원에서 공식인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하자마자 오바마 시대의 산 이름 변경을 30일 내 철회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매킨리산의 부활’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슬로건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향배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매킨리는 관세 장벽을 통한 보호무역주의를 추구하고, 푸에르토리코, 괌, 필리핀, 하와이를 병합해 트럼프 대통령이 존경하는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추진 중인 전 수입품에 대한 10%의 보편관세 부과와 같은 미국 최우선 보호무역 정책과 그린란드 편입, 파나마운하 통제권 환수, 멕시코만(灣)의 아메리카만 개명 등 팽창 노선과 맥을 같이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위대한 대통령 윌리엄 매킨리 이름을 매킨리산에 복원할 것”이라며 “매킨리 대통령은 관세와 재능을 통해 미국을 부유하게 만들었으며 타고난 사업가였다”고 말한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알고 있겠지만 매킨리는 1901년 제국주의 행보에 불만을 품은 무정부주의자에게 암살당하는 불운을 겪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2의 매킨리’ 행보가 결국 미국 내 분단을 심화하고 국제사회의 갈등을 격화하는 불행을 예고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김청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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