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이후 경제발전의 기반을 만든 곳은 포항, 울산, 반월과 같은 산업도시들이었지만, 경제발전의 상징은 서울의 한강이었고, 이 상징은 ‘한강의 기적’으로 해외에 소개됐다.
역사적으로 많은 도시들은 운송, 용수의 목적으로 강을 끼고 건설되었고 이렇게 만들어진 수변공간은 그 도시와 국가의 상징이 됐다. 지금도 뉴욕의 허드슨강, 파리의 센강 등은 그 국가들의 상징공간이 돼 왔다.
그러나 한강은 1970년대 이후 급격한 개발 과정에서 도시공간구조 측면에서 몇 가지 아쉬운 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로는 도시와 단절됐다는 점이다. 1970년대 한강준설사업으로 조성된 한강변은 제방으로 단절됐고, 당시 제방은 채 1000달러가 되지 않는 국내총생산(GDP)과 낮은 기술수준으로 인해 시민들의 접근성이나 공공성보다는 치수에 목적이 맞춰져서 설계됐다.
둘째로는 도시와 한강 사이를 고속도로가 또 단절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사람들은 낮고 축축한 소위 토끼굴과 같은 지하공간을 통해 한강변에 가야 했고 그 위로는 고속도로에서 차량들이 쌩쌩 달리는 지금 보면 말도 안 되는 공간이 만들어지게 됐다.
셋째로는 개발과정에서 공공성이 떨어지는 아파트와 같은 사적용지 위주로 공급됐고, 그 결과 한강변은 일반시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고 공공성이 떨어지는 도시공간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강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첫째로 한강으로의 보행접근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야 한다. 세계 어느 선진국도 위로는 고속도로를 이고 축축한 반지하의 토끼굴을 통해서 강변에 접근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보행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시민 누구나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보행을 고려한 공간들이 배려돼야 하고 항상 시민들에게 열려 있어야 할 것이다.
둘째로는 수변에 시민들을 위한 공공공간들이 대폭 조성돼야 한다. 한강처럼 이미 민간 용지로 꽉 채워진 상황에서 수변에 공공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비사업에서 기부채납을 받거나 기존 시설을 이전하는 사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도시공간과 수변공간이 기능적으로 연계되도록 보행을 통해서 연결되는 공공공간이 배치되게끔 설계될 필요가 있다.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것도 얼마 안 됐다. 지금의 성장동력을 유지하고 앞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도시공간도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해방 이후 후진국일 때 급하게 조성되었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혁신을 거쳐서 변화돼야 한다. 이른바 도시혁신이고 국가혁신이다.
최근 한강변 노후단지 재건축 과정에서 시민들의 한강변 접근을 위한 공공공간인 덮개공원계획이 부처 간의 협의과정에서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파트와 같은 민간용도로 채워진 한강변은 정비사업 때 공공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다시 재건축을 하는 2070년 이후가 돼야 하거나 어쩌면 영영 못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한강변은 영원히 한강변에 살고 있는 일부 사람들에게 점유될 것이다.
현실적으로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한강변으로의 보행접근성을 개선하고 한강변에 공공공간을 조성하는 일일 것이다. 한강이 시민들의 공공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권영상 서울대학교 교수·건설환경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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