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등 포함 140여개국 도입 합의
현재 EU·英·노르웨이 등서 시행
국내에선 2026년까지 면제 특례
글로벌 최저한세 무력화 우려 커
韓 주요 수입원 법인세 영향 줄듯
미국발 ‘글로벌 세금 전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기업에 ‘차별적’ 세금을 매긴 국가에 보복 세율을 물리겠다며 위협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당장 미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글로벌 최저한세 합의에서 빠지겠다는 입장이다. 미국 기업에 대한 보호와 함께 저세율을 ‘미끼’로 외국회사를 자국으로 유치하겠다는 속내다. 미국의 행보에 따라 향후 글로벌 최저한세 자체가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는 관세에 이어 법인세를 놓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22일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OECD의 글로벌 최저한세 합의를 다룬 ‘OECD 글로벌 조세 합의’에서 탈퇴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지난 20일 “외국이 미국 시민이나 기업에 차별적 또는 역외적 세금을 부과하는지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미국 우선주의 통상정책’ 각서에 서명했다. 외국의 차별이 있다고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선언할 경우, 그 국가의 기업이나 시민에 대해서는 의회 승인 없이 세율을 두 배로 높이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별도의 각서에서 OECD의 ‘글로벌 최저한세’ 합의에서 빠지겠다고 선언하고, 미국 기업에 불균형하게 과세하는 국가에 대한 ‘보복 조치’ 검토를 지시했다.
글로벌 최저한세는 최종 모기업이 있는 국가가 실효세율 15% 미만이거나, 소득산입규칙을 도입하지 않았으면 과세 권한이 자회사가 있는 다른 나라로 넘어간다. 예를 들어 애플·구글 등 다국적기업의 법인세가 15% 미만이라면 한국도 자회사를 통해 추가 세금을 거둘 수 있게 한 것이다. OECD와 주요 20개국(G20) 주도로 미국을 포함한 140여개국이 도입에 합의했고, 지난해 1월부터 유럽연합(EU)·영국·노르웨이·호주 등에서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 합의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고 보고 있다. 다국적기업 중 초거대 기업의 상당수가 미국 기업이라는 점이 주된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OECD 글로벌 최저한세 탈퇴를 “미국의 주권과 경쟁력을 되찾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글로벌 최저한세 탈퇴가 당장 우리나라 경제와 기업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다만 문제는 미국의 탈퇴가 다른 국가들의 탈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OECD 다른 국가들의 움직임을 살펴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 기업에 글로벌 최저한세를 적용할 경우 미국의 관세 보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6년까지 글로벌 최저한세 전환기 적용면제 특례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2026년까지 매출액·이익, 이익 대비 법인세 비중, 초과이익 요건 중 하나 이상을 충족한 기업에 추가세액 납부의무를 면제해 주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 특례는 원칙적으로 모든 기업이 신청할 수 있다.
본격적인 도입에 앞서 글로벌 최저한세가 세수에 미치는 영향 등도 분석되지 않은 상태다. 우리나라 국세청은 지난해 ‘글로벌 최저한세 과세권 확보를 위한 주요국 조세제도 연구’용역을 진행한 정도다.
글로벌 최저한세란…
다국적기업이 본국에서 실효세율 15% 미만으로 세금을 내는 경우 다른 나라에서 ‘15%에 미달하는 만큼의 세율’을 별도로 적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심으로 다국적기업이 세율이 낮은 국가를 찾아다니며 조세를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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