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풀려도 이렇게 안 풀릴 수가 있을까. 남자 프로배구 한국전력이 연이은 외국인 선수들의 부상에 신음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2024~2025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켰다. 시즌 시작과 함께 5연승을 내달렸다. 그 중심엔 ‘쿠바 특급’ 엘리안이 있었다. 개막 5연승 과정에서 엘리안은 114점을 폭발시켰다. 특히 5연승 중 무려 4경기가 풀세트 접전이었는데, 엘리안은 5세트만 되면 70% 이상의 공격 성공률로 기막힌 ‘클러치 능력’을 뽐냈다.
그러나 엘리안이 V리그 코트에서 뛰는 건 5경기가 전부였다. 나란히 개막 4연승을 달리던 팀들끼리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지난해 11월6일 현대캐피탈과의 1라운드 맞대결에서 엘리안은 5세트 듀스 접전을 끝내는 24점째 공격을 성공시켰지만, 착지 과정에서 잘못 넘어져 들것에 실려나갔다. 병원 진단 결과는 왼쪽 무릎 슬개건 및 측부인대 파열. 코트 복귀에 최소 6개월이 걸리는 중상으로 시즌아웃이 확정됐다.
하루아침의 날벼락처럼 외국인 선수를 잃은 한국전력은 이후 비틀거렸다. 토종 선수들로만 상대를 이기기엔 역부족이었다. 엘리안 이탈 이후 5연패를 당하며 개막 5연승의 상승세는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부랴부랴 새 외국인 선수를 물색한 끝에 낙점한 오포라 이츠추쿠(나이지리아)는 메디컬 테스트 과정에서 어깨 부상이 발견돼 계약이 결렬됐다. 다시 원점부터 시작해 데려온 선수는 브라질 출신의 아포짓 스파이커 마테우스 크라우척이었다.
마테우스는 V리그가 처음이 아닌 경력직 외인이다. 2019~2020시즌에 KB손해보험의 브람 반 덴 드라이스(벨기에)의 대체 외인으로 처음 V리그에 입성한 마테우스는 이듬해 2020~2021시즌엔 삼성화재의 바르텍(폴란드)의 대체 외인으로 다시 한국땅을 밟았다. 대체 선수로만 세 번째 V리그에 입성한 ‘땜빵 전문’ 외인인 셈이다.
마테우스의 4시즌 만의 V리그 복귀전은 강렬했다. 지난해 12월13일 OK저축은행전에서 무려 42점을 폭발시켰다. 5경기에서 124점을 몰아치며 한국전력 공격진의 버팀목 역할을 확실히 해내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또 한번 부상 ‘악령’이 덮쳤다. 복근 부상으로 잠시 자리를 비워야 했고, 20여일 만에 다시 돌아온 지난 21일 OK저축은행전에서 마테우스는 1세트에 상대 외인 크리스의 발을 밟고 쓰러지는 과정에서 발목을 접질렀다. 병원 검진 결과는 우측 발목인대 파열. 복귀에는 6~8주가 소요된다는 소견이다. 사실상 시즌아웃이다.또 다시 대체 외인을 알아봐야 하는 한국전력. 22일 기준 승점 23(9승13패)으로 3위 KB손해보험(승점 33, 12승10패)와도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는만큼 ‘봄 배구’를 포기하기엔 이른 시점이다. 얼마든지 추격이 가능한 상황이다. 결국 새로운 대체 외인을 구하기 전까지 권영민 감독의 지휘 아래 토종 선수들끼리 똘똘 뭉쳐서 최대한 버텨야만 봄 배구 희망을 이어갈 수 있다. 하나 다행인 점은 외국인 선수들이 하도 자주 코트를 비우다 보니 구교혁, 윤하준 등 신예 공격수들의 성장세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기존 주축 선수들인 신영석, 서재덕, 임성진과 신예 선수들로 대체 외인 영입 전까지 반타작 승부를 이어갈 수 있다면 아직 희망은 있다. 과연 한국전력이 연이은 불운을 딛고 봄 배구 진출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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