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첫 한·미 외교장관 간 통화가 이뤄졌다.
23일 외교부에 따르면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신임 미국 국무부 장관은 이날 오전 처음 통화하며 북핵문제 관련 긴밀한 공조를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
양측은 한·미 관계, 북한·북핵 문제, 한·미·일 협력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의 취임을 환영하며 "지난 70여년 간 굳건하게 이어온 한미동맹을 미 신행정부 하에서도 더욱 발전시켜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한·미 동맹이 한반도뿐만 아니라 역내 평화·안보의 핵심축임을 강조하며 본인이 취임 후 24시간 내 조 장관과 통화를 가진 것도 한미동맹에 대한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방위 공약은 철통과 같이 확고하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날 통화와 관련한 가장 큰 관심은 트럼프 측이 최근 연일 언급하고 있는 ‘북한은 핵 보유국’ 발언 관련 논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취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제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는 뉴클리어 파워(핵보유국)”라고 말해 ‘북핵을 용인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재차 불을 지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통화 관련 “미측은 아직 대북정책을 검토하는 단계로 보인다”며 “북핵 문제 관련 긴밀한 공조를 유지해가도록 했고, 조 장관이 상호 편리한 가능한 이른 시기에 방미해 북핵·북한 문제를 심도 있게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날 통화는 첫 인사 성격인 만큼 구체적인 북핵 관련 논의보다는 상호 관계 형성에 초점을 둔 것으로 전해졌다. 루비오 장관은 이 통화에서 조 장관에게 미국 방문을 공식 초청하고, 조 장관이 이에 응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의 방미 시기는 상황의 긴급성을 감안해 다음 주 한국 설 연휴 중에도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지만, 루비오 장관이 이 기간 파나마,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코스타리카, 도미니카 등을 방문하는 일정이 외신에 공개되면서 사실상 2월로 넘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외교가에 따르면 미국은 통상 행정부가 출범한 지 3∼6개월가량 기존 정책을 재검토하는 과정을 거친다. 한·미 외교장관이 대면 협의를 이른 시기에 한다면 미국이 대북 정책을 살피는 단계에서 한국 정부의 의견을 참고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를 요청해 이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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