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이후 첫 공식석상
“거대 야당 폭거 때문” 尹 주장 되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나와 윤 대통령의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김 전 장관은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하라’는 윤 대통령 지시대로 ‘충격 요법’ 차원의 계엄을 실행에 옮겼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은 23일 오후 2시 헌재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전 장관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두 사람이 눈을 마주치거나 서로 인사를 하지는 않았다. 김 전 장관이 헌재 심판정에 들어설 때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을 빤히 쳐다봤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 쪽을 바라보지 않았다.
이날 증인신문은 피청구인(윤 대통령) 측 신문이 먼저 진행됐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배경을 묻는 윤 대통령 측 질문에 “대통령은 거대 야당이 국민의 삶과 민생엔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로지 세 가지, 방탄·탄핵·특검에 매몰돼 있는 것에 대해 굉장히 우려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이것은 우리 헌정사에도 없고 지구상 어느 나라에도 없는 초유의 사태이고 의회 독재의 폭거’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국회가 행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의 예산안을 삭감한 것을 언급하며 윤 대통령이 ‘단순한 예산 삭감이 아니다. 대통령으로서 더이상 묵과할 수 없다. 방법이 하나 있는데 그게 비상계엄 선언이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은 진술 중 점차 언성을 높였고, 윤 대통령이 수차례 고개를 돌려 김 전 장관 쪽을 바라보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 준비 과정이나 병력 투입에 대해서도 주로 윤 대통령에 유리한 진술을 이어갔다.
그는 우선 과거 10.26 사태, 12·12사태 계엄 포고령과 2018년 ‘계엄령 문건 파동’ 자료를 참고해 포고령 초안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를 윤 대통령에게 보여주자 ‘통행금지는 시류에 맞지 않는다. 국민에게 불편을 주지 않겠나’라고 해 해당 부분을 삭제했다는 게 김 전 장관 주장이다.
또 윤 대통령이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하며 유혈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것 △병력을 최소한으로 하되 실탄을 지급하지 말 것 △병력을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에만 투입할 것 등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런 지시를 하는 윤 대통령에게 ‘그럼 이게 계엄입니까’라고 묻자 ‘예전의 비상계엄을 생각하지 말라. 야당과 반국가 세력에 경종을 울리려는 충격 요법 차원으로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김 전 장관은 그러면서 “제 생각과는 다르지만 대통령 생각을 따랐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요구한 방식으로 ‘제대로 된 계엄’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는 취지다.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 당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전해졌다는 비상입법기구 문건도 본인이 작성했고 실무자를 통해 전달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또 민주당 당사에 병력 투입을 지시했지만 윤 대통령이 이를 중지시켰고, 정치인 체포 지시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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