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권한대행인데 ‘법원 난동’ 몰랐다… 경찰, ‘최상목 패싱’ 논란

최상목 “서부지법 난동, 기사 보고 알아”
경찰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에 보고했다”

경찰 관계자 “비상계엄 이후 수뇌부 공석 상태
어디선가 전달 막힌 듯…국가기관 아노미 상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 19일 새벽 발생한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 발생 뒤 6시간 넘도록 경찰로부터 보고받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절차에 따라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에 보고했다”고 정면 반박에 나섰다. 이를 두고 대행 체제가 이어지며 국가기관 사이에 보고 체계가 혼선을 빚는 ‘아노미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며 휴대전화를 살피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3일 정부·경찰 등에 따르면 19일 최 대행이 법원 난입과 관련해 첫 경찰 보고를 받은 시점은 오전 9시50분쯤이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전화로 구두보고 했다고 한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소식에 분노한 시위대는 오전 3시20분쯤부터 서부지법 창문을 깨고 내부로 진입했다. 최 대행 측은 법원 난입 사태를 언론 보도로 처음 접했다고 한다. 대형참사나 사고 등 국민 안전에 중대한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경찰과 소방 등 관계 당국은 대통령실과 국무총리실에 실시간으로 보고해야 한다.

경찰은 사태가 벌어진 당일 새벽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에 즉각 보고했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국정상황실에 통보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무총리실에 보고하지 않은 것을 두고는 “한덕수 총리가 탄핵소추된 뒤 최 대행이 대통령과 총리 대행을 모두 하고 있어 따로 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찰 안팎에선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경찰 수뇌부가 공석 상태에 빠지면서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단 지적이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정상적인 상황이면 경찰청 상황실에서 대통령실의 국정상황실과 총리실에도 보고한 뒤 전파가 되는 시스템”이라면서 “국정상황실에 통보한 뒤 어디선가 전달이 막힌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수장들의 공백 사태에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 교수는 “대통령이 부재하다 보니 일사불란한 명령 체계 및 담당자들의 직무 몰입이 무너지는 상황”이라면서 “국가기관의 아노미 상태”라고 진단했다.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폭력 사태가 벌어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의 외벽과 유리창이 파손돼 있다. 뉴시스

이호영 경찰청장 대행은 이날 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 “통상적으로 경찰청장이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는다. 상황 계통을 통해서 보고가 주로 이뤄진다”며 대통령실 보고 시각은 당일 새벽 4시50분쯤이라고 전했다. 그는 “치안 관련 문제는 일단 선(先)조치해서 해결하고 보고하는 것이 통상적이다”며 “(최 대행이) 나중에 지시하고 이런 것은 거의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서부지법 난동 사태에 대해 이 대행은 ‘폭동’이라고 봤다. 그는 “일단 폭동이라는 데는 동의하고 우발적인지 계획적인지는 수사를 해 봐야 할 것 같다. 철저하게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