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정부 기능 마비 목적 드러나
남은 탄핵 심판도 심리 서둘러야”
야권 “파면 정족수 모자라 기각
면죄부 아냐… 경거망동 말라” 경고
“최재해·이창수 등 탄핵 기각 땐
보수 결집… 尹심판 영향줄 수도”
헌법재판소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국회 탄핵소추를 기각하면서 정치적 파장도 커지고 있다. 야당이 현 정부 들어 시작한 ‘탄핵 릴레이’가 기각으로 마무리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출범 후 무려 29건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그중 13건을 의결한 바 있다. 여당은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략적으로 입법권과 탄핵소추를 남발한 것이라며 맹공했다. 윤석열 대통령 측 역시 향후 탄핵심판 과정에서 이 같은 점을 내세워 변론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23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이 위원장 탄핵 기각과 관련해 “이재명 세력의 탄핵 남발, 입법 독주의 민낯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 위원장이) 단 3일 근무했는데 172일 직무가 정지됐다”며 “172일 동안 방통위의 기능을 마비시킨 것만으로도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정략적이고 악의적인 탄핵은 성공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여당에선 헌재가 다른 탄핵심판 사건도 서둘러 심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권 원내대표는 “다른 주요 인사에 대한 무리한 탄핵소추 심판도 속도 낼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토론회에 참석해 “당연한 결정이라 생각한다”며 “헌재가 다른 탄핵소추안에 대해서도 가급적 빠른 시간 내 결정을 내려서 국정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이재명 민주당의 줄줄이 탄핵소추가 얼마나 위법·위헌적인지 보여준 결정”이라며 “민주당 탄핵의 목적은 오로지 정부 기능 마비였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방통위도 5인 체제로 신속 복원돼야 한다”며 민주당에 야당 몫 방통위원 2명을 추천할 것을 촉구했다. 방통위는 이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포함해 상임위원 5명으로 구성돼야 하는데, 직무에 복귀한 이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을 제외한 국회 몫 상임위원 3명은 공석인 상황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방통위가 제 기능을 회복해 산적한 현안을 잘 처리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권은 탄핵 기각 결정이 면죄부가 아니라며 “이 위원장은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헌재의 판단은 법에 따라 탄핵 인용에 필요한 6인에 이르지 못한 것이지, 2인 의결이 합법이라고 결정한 것이 결코 아니다”라며 “합의제 행정기구로서의 성격을 망각한 채 2인만으로 불법적인 직무에 나선다면 다시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국회는 지난해 8월 방통위 상임위원 2명만 임명된 상황에서 이 위원장이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안을 의결한 행위는 방통위법 위반이라며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바 있다. 이 위원장 취임 이틀 만의 일이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이 발의한 탄핵소추안은 이 위원장 건을 포함해 총 29건이다. 이 중 13건이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헌재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안동완 검사, 이정섭 검사의 탄핵심판 청구에 대해 각각 기각했다. ‘고발 사주’ 의혹으로 탄핵소추된 손준성 검사의 경우 같은 사유로 형사재판이 진행되고 있어 탄핵심판이 정지됐다.
여권 일각에선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탄핵 소추된 다른 이들에게도 기각 결정이 이어진다면 보수층이 더욱 결집할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현재 헌법재판관 구도가 4대 4인데 나머지 주요 인사들을 대상으로도 기각 결정이 이어질 경우 민주당이 ‘탄핵 독주’를 했다는 것이 뚜렷해질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정치적 명분이 생기면서 보수·우파가 결집할 수 있고,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론에도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