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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XR기기가 스마트폰을 대체할까요?” 삼성에 물어보니 [이동수는 이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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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1-24 08:01:00 수정 : 2025-01-23 22: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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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R기기 ‘프로젝트 무한’ 기자간담회
시연 영상서 ‘무한한’ 가능성 확인해
“사용성·확장성 갖춰야 XR 개화할 것”
삼성, 구글과 XR 헤드셋·안경 개발 중
“올해 안에 XR 헤드셋 정식 출시한다”

“확장현실(XR)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 이머시브 솔루션 개발팀장 김기환 부사장이 던진 질문입니다. 김 부사장은 구글과 함께 삼성전자의 첫 확장현실(XR) 기기 ‘프로젝트 무한’(이하 무한)을 개발 중입니다.

 

22일(현지시간) ‘갤럭시 언팩 2025’에서 전시된 혼합현실(XR) 기기 ‘프로젝트 무한’ 모습. 새너제이=이동수 기자

◆XR은 무엇인가

 

흔히 XR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합친 기술이라고 말합니다.

 

VR은 사용자를 현실과 분리된 가상 세계로 이끄는 몰입 기술입니다. 보통 눈을 모두 가리는 커다란 헤드셋을 쓰고 게임을 하거나 시뮬레이션 교육·훈련을 받는 모습을 떠올립니다.

 

AR은 현실 세계에 디지털 정보를 중첩시키는 기술입니다. 길거리를 카메라로 비췄을 때 포켓몬이 나타나는 게임 ‘포켓몬 GO’, 가구를 집 안에 가상으로 배치해볼 수 있는 ‘이케아 플레이스’ 앱 등이 대표적이죠.

 

XR은 가상과 현실을 자유롭게 오가며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아직 감이 안 오실까요? 삼성전자가 기자간담회에서 보여준 시연 내용을 들으면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영상은 보안 문제로 촬영이 금지됐지만 최대한 자세하게 묘사해드릴게요.

 

22일(현지시간) ‘갤럭시 언팩 2025’에서 전시된 혼합현실(XR) 기기 ‘프로젝트 무한’ 모습. 새너제이=이동수 기자

자기 방에서 XR 헤드셋 무한을 착용한 개발자 A 앞에 스페인 프로축구팀 ‘FC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은 남자가 나타난다.

 

A: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친구가 입은 유니폼은 어느 팀 거야?

 

무한: 친구분이 입고 있는 유니폼은 FC 바르셀로나 유니폼이에요. 더 궁금한 점이 있으신가요?

 

A: 이 팀의 정보를 알려줄래?

 

무한은 구글 서치를 통해 FC 바르셀로나 관련 정보를 담은 창을 띄운다. 방 안에 있는 책장 위로 인터넷 창이 떠 있는 모습이다.

 

A: 이 팀의 홈구장으로 날 데려가 줘.

 

무한: 물론이죠. FC 바르셀로나의 홈구장으로 모셔다드릴게요.

 

A 눈앞엔 FC 바르셀로나의 홈구장 ‘캄프 누’의 전경이 펼쳐진다. A가 손짓으로 거리뷰를 볼 수 있는 구글의 스트리트뷰를 실행하자 A가 경기장 한가운데에 들어와 있다. 360도 어느 쪽을 둘러봐도 더이상 현실 세계는 없고 캄프 누 관중석과 파란 하늘이 보일 뿐이다.

 

A: (경기장 좌석에 쓰여 있는 문구를 바라보며) 이 문구의 뜻은 뭐야?

 

무한: més que un club. ‘클럽 그 이상’이라는 뜻이에요. FC 바르셀로나의 슬로건으로, 단순한 축구 클럽을 넘어 연고지인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문화와 정체성을 대표하는 존재라는 뜻이 담겼어요.

 

A: 이 문구는 어떻게 읽어?

 

무한: ‘메스 케 운 끌루브’라고 읽어요.

 

A: 이 경기장에서 한 최고의 경기 영상을 찾아줄래?

 

경기장을 배경으로 유튜브 화면이 나타나고, 캄프 누에서 열린 여러 경기 영상이 뜬다.

 

A: 이 경기를 요약해줘.

 

무한: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경기의 시작 장면이네요. 양 팀 선수가 입당하고 페어플레이를 다짐하며 악수를 하고 있어요. 곧 경기가 시작될 것 같아요

 

A: 아 맞다. 친구가 사진을 보내줬는데 보여줄게. 이 사진 어디서 찍었는지 알려줄래? 

 

A는 유튜브 창을 닫고 손짓으로 한 사진을 선택해 띄운다.

 

무한: 이곳은 하와이 마우이 섬에 있는 할레아칼라 국립공원이에요. 

 

A: 이 사진으로 윤동주 시인 스타일의 시를 한 편 써줄래?

 

무한: 밤하늘보다 높은 곳에 서서 붉게 물든 노을을 바라본다. (후략)

 

A: 이 앞에 있는 창을 한번 정렬해줘.  그리고 오늘 나눈 대화를 요약해줘.

 

무한: 네. 창을 정렬해드릴게요. 오늘 FC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은 친구분을 보고, FC 바르셀로나의 홈구장 캄프 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어요. 경기 영상도 함께 봤고, 마지막으로 멋진 일출 사진을 보면서 윤동주 시인 스타일의 시를 써드렸죠.

 

이제 감이 오시나요? 구글의 AI ‘제미나이’를 통해 사실상 말만으로도 XR기기를 제어할 수 있고, 무한도 상황에 알맞은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A는 자기 방에서 캄프 누 경기장 한가운데로 순식간에 이동했고, 할레아칼라 국립공원에서 영감을 받아 시를 짓는 등 AI를 통해 짧은 예술활동도 즐겼습니다. A의 연기는 다소(매우·꽤) 어색했지만 XR 기기의 ‘무한한’ 가능성을 알아채는 데 방해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삼성전자 MX사업부 이머시브 솔루션 개발팀장 김기환 부사장이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확장현실(XR) 기기 ‘프로젝트 무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XR 기기의 무한한 가능성

 

김 부사장은 “XR 기기는 아마도 멀티모달 AI 시대에 그 성능을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모바일) 기기라고 생각하고 무한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멀티모달 AI는 △텍스트 △이미지 △음성 △비디오 등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고 분석하는 AI로, 인간이 가장 중요한 두 감각인 시각과 청각을 이용해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방식과 같습니다. 삼성전자가 같은 날 공개한 플래그십 폰 신제품 ‘갤럭시 S25 시리즈’에도 멀티모달 AI가 적용됐죠.

 

현재 모바일 생태계에서 가장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 기기는 스마트폰입니다. 태블릿, 이어폰, 스마트 워치·반지 등 대다수 모바일 기기가 스마트폰과의 연동을 통해 사용성이 극대화됩니다.

 

그런데 시연 영상만 보면 이미 스마트폰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이미 무한으로도 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통화, 문자, 음악 감상, 사회관계망서비스(SNS)·쇼핑 등 온라인 활동, 게임, 은행업무, 길 찾기 등이 스마트폰에서 하던 작업을 무한으로 하게 된다면 스마트폰의 2D 화면보다 훨씬 더 몰입감 있는 경험이 가능할 겁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떠오릅니다. 제대로 된 XR 기기가 나오면 스마트폰은 필요가 없어지는 걸까요? 궁극적으로 XR 기기가 스마트폰을 대체하게 될까요?

 

김 부사장은 “그럴 수도 있다. 그렇게 예견하는 최고경영자(CEO)들도 많은 거로 알고 있다”면서도 “속단하긴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김 부사장은 “XR 기기가 모든 것을 다 커버할 수 있느냐는 시간적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가능하다고 보는 편”이라면서도 “중요한 것은 XR 생태계가 사용성, 확장성 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22일(현지시간) ‘갤럭시 언팩 2025’에서 전시된 혼합현실(XR) 기기 ‘프로젝트 무한’ 모습. 새너제이=이동수 기자

◆XR 기기의 한계

 

스마트폰은 간편하게 주머니, 가방 등에 쏙 넣고 하루종일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XR 헤드셋을 머리에 착용하고 종일 돌아다니는 모습이 상상이 되시나요?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에도 조금 큽니다. 필요할 때마다 XR 헤드셋을 가방에서 꺼내 머리에 써야 한다면 사용성이 좋다고 말할 순 없겠죠.

 

그렇다면 스마트 안경은 괜찮을까요? 종일 안경을 끼고 있는 모습은 어색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XR 헤드셋처럼 가상 현실로 이동할 때 주변 빛이 방해되겠죠. 여러 가지 광학적 제한이 생깁니다.

 

XR기기는 아직 확장성도 부족합니다. 대중화된 XR 기기가 없다 보니 기기에 맞는 소프트웨어, 스마트폰으로 치면 앱이 많지 않습니다. 아무리 혁신적인 기기가 있어도 기기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하다면 그 의미가 퇴색하겠죠.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SAP센터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5’에서 확장현실(XR) 기기 ‘프로젝트 무한’이 소개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과 구글이 손잡은 이유

 

이 두 가지는 삼성전자와 구글이 XR기기 개발을 위해 손을 잡은 핵심 이유에 해당합니다.

 

삼성전자는 핸드폰부터 태블릿, 웨어러블 기기 등 전 세계 소비자를 상대로 혁신적인 모바일 기기를 생산하는 ‘하드웨어 명가’입니다. XR이 인간의 시각, 청각을 모방하기까지 수많은 기술적 한계에 부딪힐 텐데, 이 하드웨어적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기업은 전 세계에서 손을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구글은 이미 모바일 기기에 적용되는 거대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생태계를 구축했습니다. 전 세계 스마트폰 10대 중 7대(70.3%)가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할 정도입니다. 수많은 서드파티(제3지대) 업체들이 안드로이드 OS에 맞는 앱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무한에 안드로이드 기반의 OS가 적용되면 XR 기기용 콘텐츠 개발도 다른 OS보다 훨씬 수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XR에 통째로 이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삼성전자 MX사업부장 노태문 사장은 이날 갤럭시 S25 시리즈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무한이 올해 내로 출시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블룸버그 인터뷰에선 구글과 함께 AR 안경을 개발 중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무한과 AR 안경이 어느 정도 가격대에 출시될지에 대해선 삼성과 구글 모두 ‘무음 모드’ 상태입니다. 비상금을 모으기 시작해야 할까요? 김 부사장은 “프로젝트 무한은 방대한 갤럭시 생태계의 일부”라며 무한은 시작일 뿐, 향후 다양한 폼팩터(기기 형태)가 개발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비상금으론 턱도 없겠군요.

 

‘이동 중’은 핑계고, 기자가 직접 체험한 모든 것을 씁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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