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주최하는 메이저 세계 기전 LG배에서 한국기원이 새로 만든 규정으로 중국의 바둑 1인자 커제 9단이 기권패를 하자 중국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중국바둑협회는 석연치 않은 판정이라며 관련 결과를 수용하지 못한다고 밝혔고, 중국 네티즌들도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24일 중국 펑파이신문 등에 따르면 중국바둑협회는 전날 성명을 통해 “심판의 경기 중단 시기가 적절하지 않아 경기의 정상적 진행에 영향을 미쳤고, 기사는 심판의 과도한 방해로 경기를 계속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회 주최측인 한국기원에 재경기를 요청했지만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중국바둑협회는 LG배 3국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앞서 전날 한국기원 신관에서 열린 제2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 3번기(3전 2선승제)에서 커제 9단은 기권패하면서 변상일 9단이 우승했다. 1국에서 패했던 변상일 9단은 2국에서 반칙승, 최종 3국에서는 기권승을 거둬 우승을 차지했다.
커제 9단은 2국에서 사석 관리 규정으로 반칙패를 당했는데, 3국에서도 사석 관리에 실패했다. 그는 사석 관리 실패로 경고를 받자 큰 소리로 항의하면서 대국은 2시간 가량 중단됐고, 주최 측은 판정에 불복해 대국을 재개할 수 없다는 커제 9단 측 입장에 따라 기권패를 선언했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커제 9단이 판정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주최측에서도 기권패에 대해 강력하게 이야기했다”며 “하지만 커제 9단이 입장을 바꾸지 않았고, 변상일 9단의 우승을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커제 9단의 기권패 소식은 중국 내에서도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커제 9단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 프로필을 ‘세계 바둑 9관왕’이라고 변경했다. 커제 9단은 LG배 이전까지 메이저 세계기전에서 8승을 보유했다. 이번 프로필 변경은 경기 경과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중국 베이징일보는 “한국 바둑의 새로운 규칙으로 인해 소란스러운 장면이 연출됐다”며 “바둑계에 여러 기술이 개발됐는데, 사석 관리에 대해 논쟁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바둑은 우아하고 품위있는 스포츠지만, 한국에서 0승으로 우승하는 드라마가 쓰여졌다”며 “검은손이 이번 대회에서 승리했다”고 꼬집었다.
중국 네티즌들도 “한번도 이기지 못한 한국 선수가 승리했다”,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는 불참해야 한다”, “중국 샤오미 같은 대기업들이 바둑 대회를 주최하면 안 되겠느냐”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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