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출자로 경영권 지킨 고려아연 최윤범…영풍 “최대 주주 의결권 강탈”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임시주총서 ‘순환출자’ 카드
영풍 “법률에 반하는 ‘탈법적 상호출자’ 꼼수 급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열린 23일 오전 서울 중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고려아연 주주들이 주주총회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영풍·MBK파트너스는 24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기습적인 ‘순환출자 카드’로 임시주주총회 의결권 행사가 막힌 데 대해 “최대 주주의 의결권이 강탈되는 기가 막힌 일이 대한민국 자본시장에서 벌어졌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영풍·MBK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집중투표방식의 이사 선임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으로 임시주총에서 합법적이고 정당한 방법으로는 경영권 방어가 어려울 것이 확실하자 법률에 반하는 ‘탈법적 상호출자’ 꼼수를 급조해 최대 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부당하게 가로막았다”며 날을 세웠다.

이어 “최 회장 일가가 보유하던 영풍 지분을 고려아연의 호주 내 100%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에 넘겨 역외 순환 출자고리를 만들었다”며 “‘상호주 제한’이 적용된다고 강변하면서 임시주총에서 최대 주주인 영풍의 의결권을 박탈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승패가 달린 임시주총을 앞두고 최 회장의 유력한 승리 카드로 점쳐진 집중투표제가 21일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가로막혔다.

재계와 시장 안팎에서는 지분 열위에 놓인 최 회장이 집중투표제를 활용하지 못할 경우 판을 뒤집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는데, 최 회장 측이 예상 밖의 반전 승부수로 내놓은 것은 손자회사 SMC를 통한 순환출자 고리 형성이었다. 기존의 영풍→고려아연→SMH(SM Holdings)→SMC로 이어지는 단순 출자 관계를 영풍→고려아연→SMH→SMC→영풍의 새로운 순환출자 고리로 만들어 영풍 지분 25%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했다.

우호 지분을 합해 의결권 기준 39.16%의 지분을 보유한 최 회장 측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의 건 등 주요 쟁점 안건을 모두 통과시킨 뒤 이사회 장악에도 성공했다.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에서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영풍·MBK는 최 회장의 순환출자 구조 형성이 상법에 어긋나며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탈법적 순환출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SMC가 호주에서 설립된 외국 법인이기 때문에 국내 상법상 순환출자 구조 안에서 이뤄지는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SMC가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인 만큼 상호주 의결권을 제한할 수 없다는 주장도 했다. 판례에 따라 상호주 의결권 제한은 헌법이 보장하는 주주의 의결권인 재산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간주되므로, 이 규정은 주식회사 간에만 엄격히 적용된다는 게 영풍·MBK 측 입장이다.

고려아연은 공정거래법상 탈법적인 순환출자가 아니라고 정면 반박했다. SMC는 해외 기업이어서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한 순환출자 금지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의결권 행사 제한 대상인 ‘영풍’이 국내 기업이라는 점에서 SMC가 해외 기업임에도 국내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행사를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 측은 “상법 교과서와 해설서를 보면 외국기업이라도 국내 활동에 대해서는 국내 상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나와 있다”며 “이번 조치는 법적으로 문제없고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영풍·MBK는 “최 회장이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내지 순환출자 규제 회피를 위해 탈법적으로 외국회사인 SMC를 동원하고는, 국내 상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자가당착을 보인다”며 “자기모순이고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와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취지에도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다”라고 받아쳤다.

계속해서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유상증자 철회에 이어 ‘탈법적 순환출자’까지 이어진 일련 과정은 소수주주 권리 보호가 아닌, 소수지분만을 보유하고 있는 최 회장 자신만의 자리보전을 위한 것임이 명백해졌다”며 “고려아연의 최대 주주인 영풍과 MBK가 고려아연의 지배권 강화를 통해 거버넌스 개선을 완수해야 하는 이유가 더욱 분명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주와 우리나라 자본시장을 철저히 우롱하고, 위법과 탈법 행위를 저지른 고려아연과 현 경영진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김동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