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엿새간의 설 연휴를 앞둔 가운데, 우리 설을 두고 ‘중국설’이라는 표현이 잇따라 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2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제연합(UN)이 발행한 공식 우표를 공개했다.
유엔은 매년 음력설에 맞춰 우표를 발행하는데, 올해는 을사년을 맞아 뱀을 형성화한 디자인과 로고를 사용했다. 문제는 ‘중국설(CHINESE LUNAR CALENDAR)’로 표기한 것이다.
유엔은 2023년 음력설을 ‘유동적 휴일’(floating holiday)로 지정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음력설이 전 세계 유엔 직원들이 연중 기념할 수 있는 휴일이라는 의미다.
서 교수는 “유엔에서 발행한 공식 우표에 ‘중국설’로 표기하는 건 아시아권 문화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음력설은 중국만의 명절이 아닌 한국을 비롯한 베트남, 필리핀 등 다양한 아시아 국가들이 기념하는 명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향후에는 반드시 음력설로 표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설이 언급된 사례는 또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테마파크인 디즈니랜드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disneyland)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디즈니랜드에서 진행한 설 기념행사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미키 마우스와 미니 마우스가 손을 흔들고, 화면 상단에는 ‘LUNAR NEW YEAR(음력설)’, 오른쪽에는 한글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적었다.
그러자 ‘Stop culture appropriation. It is Chinese news year(문화 도용을 멈춰라. 중국설이다)’ 등 음력설이 아니라 중국설이라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서 교수는 “지금까지 서구권 주요 도시 차이나타운에서는 설을 맞아 대규모 행사가 열렸고, 이로 인해 ‘중국설’로 인식돼 온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한국, 베트남, 필리핀 등 다양한 아시아 국가들이 기념하는 명절이기에 음력설로 표기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부 중국인의 삐뚤어진 중화사상과 문화 패권주의적 발상이 아시아권의 보편적 문화를 자기만의 것인 양 전 세계 곳곳에서 댓글 테러를 펼치는 건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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