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전국 가격 상위 20% 아파트와 하위 20% 아파트 간 가격 격차가 역대 최대치를 또다시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갈수록 커지는 격차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주택 시장 주요 키워드로 ‘양극화’가 거론된다.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과 지방 시장의 격차 확대는 당분간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른다.
28일 KB부동산의 월간 주택통계 자료에 따르면 이달 전국 아파트 5분위 배율은 11.06으로 집계됐다. 이는 KB부동산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8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아파트 5분위 배율은 상위 20%(5분위)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을 하위 20%(1분위) 평균 가격으로 나눈 값이다. 지수가 높을수록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 간 가격 격차가 크다는 뜻이다.
이 지수는 2023년 6월(10.05) 전월 대비 반등한 뒤 이달까지 20개월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기준 전국 1분위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1억1620만원, 5분위는 12억8483만원이다. 1분위 평균 가격은 한 달 새 0.25% 하락한 반면 5분위 평균 가격은 0.10% 올랐다.
◆작년 아파트 매매가, 서울 4.67% 오를 때 지방은 1.67% 하락
업계에서는 서울과 인근 수도권으로의 수요 쏠림 현상과 지방 시장 약세 등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주택 가격 양극화 현상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아파트 시장에서는 지역에 따라 분위기가 극명하게 갈리며 지역 간 ‘탈(脫)동조화’ 현상이 심화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년 전보다 0.07% 올랐다. 같은 기간 수도권 지수는 1.96%, 서울은 4.67% 올랐으나 지방은 1.67% 하락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2025년 주택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2024년 주택시장은 전국적으로 상승 추세를 이어왔으나 이는 수도권 주택가격의 상승이 전국 주택가격을 견인한 상황”이라며 “수도권은 가격이 상승한 반면, 지방에서는 가격이 하락하는 지역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진 한 해”라고 평가했다. 이어 “2025년 주택시장은 지역과 유형에 따른 양극화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희림종합건축사무소와 알투코리아부동산투자자문,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2025 부동산 트렌드’ 보고서도 올해 주거용 부동산 시장 전망과 관련해 “선호지역인 서울 및 수도권의 주택가격 상승이 전국 주택가격 상승을 이끌 것”이라며 “지역별·상품별 가격 양극화는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극화 현상, 부동산·건설 산업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
보고서는 올해 부동산 3대 키워드 중 하나로 ‘마이크로 양극화’를 꼽기도 했다. 이는 지난 몇 년 동안 더욱 심화하고 있는 양극화 현상이 부동산·건설 산업의 세분화된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는 상황을 의미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2∼3년 후 공급 부족 우려와 가격 상승에 대한 불안 속에서 (지난해)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면서도 “한편 지방 주택시장에서는 가격 하락과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고,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사업장 증가와 지역 건설사들의 부실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역별, 규모별, 입지별로 세분화돼 나타나는 양극화 현상 속에서 지방 소멸, 국토 균형 발전과 거대 담론은 물론, 신규 주택 공급, 지방 미분양 물량 해소나 임대시장 안정화를 통한 주거 사다리 복원과 같은 시급한 현안들의 해결 방안을 찾기에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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