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연휴 기간 부모님을 만난 자녀들은 공통적으로 “부모님이 예전같지 않으시다”라는 말을 하게 된다.
그러나 노화의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한 부모님의 모습 중 일부는 치료가 가능한, 최소한 악화를 늦출 수 있는 질병들이 있다. 문제는 자녀가 명절 연휴 기간에 하루, 이틀 머무르면서 이를 알아내기란 확인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노화 현상이나 ‘조금 변했다’로 치부되기 쉬운 부모님의 모습 중 질병의 단초가 되는 중요한 증상에 대해 경희대병원 재활의학과 소윤수 교수의 도움을 받아 알아본다.
◆유난히 천천히 걷는 엄마…‘근감소증’
오랜만에 뵌 부모님의 보행 속도가 느려진다면, 물건을 들거나 식사·청소 등 일상생활조차 힘들어 한다면 ‘근감소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근감소증은 노화가 진행되면서 발생하는 근육량의 감소뿐 아니라 이에 따른 근력의 저하 또는 신체 운동 능력의 저하가 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걸음이 느려지고, 균형을 잃는 경우가 많아져 쉽게 피로를 느끼게 된다.
근감소증은 종아리 둘레를 측정을 통해 쉽게 가늠할 수도 있다. 남자는 34㎝, 여자는 33㎝ 미만일 경우 근감소증 여부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소윤수 교수는 “근력이 약해지면 균형능력이 떨어져 낙상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며 “이로 인해 골절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때 고관절 골절 시 1년 내 사망률이 15%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근육 감소가 대사 기능 저하, 심혈관 질환 악화, 면역력 약화 등 다양한 문제를 유발해 근감소 환자의 사망 위험은 일반인에 비해 최대 3.7배 높아진다는 것이다.
◆고기 부담스러워 하면 검은콩, 단백질 파우더 활용을
근감소증은 아직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예방’이 최선이다. 그중 제일 중요한 것이 운동이다.
현재 부모님이 근감소증이 아니라면 주 3~5회의 꾸준한 운동으로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 스쿼트·웨이트트레이닝 등 근육 운동과 걷기·수영 등 유산소 운동 외에 균형 운동과 스트레칭이 모두 필요하다. 또
단백질 섭취도 꼭 챙겨야 한다. 고기, 생선, 두부, 달걀 등 단백질을 체중 1kg당 1.2~1.5g, 즉 60kg 성인이라면 72~90g의 단백질은 섭취해야 한다. 또한, 햇볕을 쬐거나 비타민 D와 칼슘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면 뼈와 근육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다만 사람의 몸은 근육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단백질 양에 한계가 있는 만큼 ‘몰아서 한번’에 섭취하기 보다 하루 세끼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소 교수는 부모님이 치아와 소화 능력이 약해 고기 섭취를 부담스러워한다면 식물성 단백진인 검정콩을 추천했다. 단백질 함량도 높고 장내 흡수율도 높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근감소증이라고 낙심할 필요는 없다.
소 교수는 급성 폐렴으로 침상생활을 하다가 다리 근육이 급격히 감소해 휠체어 없이는 이동이 불가능했던 70대 남성이 재활운동과 근력운동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몇 달 만에 회복해 평소 즐기던 골프도 다시 된 사례를 소개하며 “근감소증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으나 진행을 늦추는 것은 노력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현재 근감소증을 직접적으로 치료하는 승인된 약물은 없지만, 성장호르몬과 테스토스테론, 안드로겐 수용체 조절제 같은 약물이 연구 중”이라며 “류신, 비타민 D, 오메가3와 같은 영양 보충제를 사용하는 것도 근육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근감소증을 되돌리기 쉽지는 않지만 진행을 늦추는 것은 노력으로 가능한 만큼 가족들의 격려와 잔소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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