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경쟁자 없는 민주, '우클릭' 통해 중도층 확보
조기 대선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여야 모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만 바라보는 모양새다. '이재명 때리기'를 통해 지지율 반전을 이룬 국민의힘은 '반이재명' 정서의 극대화 전략을 유지하고 있고, 민주당은 가장 강력하면서도 사실상 유일하다고 여기는 유력 대권주자인 이 대표의 지지율 상승만 기대하는 처지다.
한국갤럽이 지난 21~23일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실시, 2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장래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 대표는 31%로 1위였다. 뒤이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11%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5% △홍준표 대구시장 4% △오세훈 서울시장 3%로 나타났다. '이재명 1강' 흐름이 유지되고 있지만 강성 보수 성향으로 꼽히는 김 장관의 부상이 눈에 띈다.
반면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두 배 이상 벌어졌던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최근 국민의힘이 따라잡았다. 같은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38%, 민주당은 40%의 정당 지지도를 기록하면서 오차범위(3.1%p) 내에서 경쟁을 이어갔다.
이 같은 최근 지지율 변화의 배경에는 '반(反)이재명' 정서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야권 최유력 대권주자인 이 대표를 향해 화력을 집중하면서 보수 세력이 결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계엄 직후 여론조사에선 대권 후보에 이름도 올리지 못했던 김 장관이 최근 2위로 부상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여권 결집의 동력이 '반이재명'인 만큼, 유승민 전 의원 같은 중도 보수보다는 이 대표의 대척점인 '강성 보수'로 여권의 지지세가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강성 보수층을 의식한 여권은 '반이재명' 정서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표를 향해 "이제 와서 기업을 위하겠다고 한다. 스토킹 범죄자의 사랑 고백처럼 끔찍하고 기괴하다"라고 비판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기자간담회를 할 것이 아니라 법정에 제때 출두해야만 한다"며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거론했다.
민주당도 이 대표에 집중하는 건 마찬가지지만 고민의 방향이 다르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이 대표 외에 이렇다 할 대권 경쟁 주자가 없어서다. 이 대표가 31%로 1위를 기록한 갤럽 조사에서 야권 주자는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2% △김동연 경기지사 1%뿐이었다. 수감 중인 조 전 대표는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며, 우원식 국회의장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지지세가 미미하다.
문제는 야권 내에서도 반이재명 정서는 크다는 데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 23일 발표한 NBS 여론조사에서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응답은 49%였으며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도 38%였다. 반면 차기 대통령 적합도에서 이 대표는 1위를 기록했지만 28%의 지지를 얻었다. 단순 계산으로 민주당 후보를 뽑고 싶지만 이 대표는 아니라는 응답자가 10%에 달하고, 정권을 교체해야 하지만 이 대표는 뽑지 않겠다는 유권자가 21%나 된다는 이야기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해법으로 '우클릭'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경제·기업·성장·실용·투자' 등을 키워드로 한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모두 보수 세력이 선점했던 가치다. 자기 대표 의제인 '기본사회' 정책을 철회할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그전에는 과거 민주당이 추진한 금융투자소득세의 폐지에 동의하기도 했다.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반이재명 정서를 최소화하고, '경제' 가치를 통해 중도층을 넘어 보수층의 일부까지 지지세력으로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에 대한 반감을 중도층부터 해소해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중도 보수 세력의 일부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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