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 지적에도 사실상 개정 안 돼
외국인의 정치적 표현 자유 제한돼
“삭제나 제한 활동 열거 등 개선을”
‘12·3 비상계엄 사태’ 장본인인 윤석열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캐나다 국적의 가수 JK 김동욱이 ‘외국인 정치 활동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고발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위반 시 원칙적으로는 강제 퇴거 대상이나, 실제로 강제 출국 조치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선 이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논란의 대상인 규정은 출입국관리법에 있다. 출입국관리법 제17조 2항은 ‘대한민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치 활동을 해선 안 된다’고 못 박고 있다.
이 조항을 위반한 외국인은 출입국관리법 제46조 1항에 따른 ‘강제 퇴거’ 대상자가 된다. 다만 위반 정도가 가벼운 경우엔 ‘자진 출국’이 권고될 수 있다.
법무부 장관은 또 국내 체류 중 정치 활동을 한 외국인에게 서면으로 그 활동의 ‘중지 명령’이나 ‘그 밖에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다. 그 밖에 필요한 명령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출입국관리법이나 하위 법령에 규정이 없다.
무엇보다 금지 대상인 정치 활동이 무엇인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강성식 법무법인 케이앤씨 변호사는 “박정희 유신 정권 시절인 1977년 외국인들의 입을 막으려 신설된 조항으로, 당시에도 모호하다는 문제 제기가 많았고 그 뒤에 (사실상) 개정이 안 됐다”고 설명했다. 2005년 한 차례 개정됐으나,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이란 문구만 추가됐다.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외국인의 정치 활동 제한에 대한 헌법적 검토’를 보면, 1977년 1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당시 의원들은 “정치 활동이란 개념이 모호하다”면서 “이로 인해 위축 효과가 생기고, 금지되는 정치 활동이 명확하지 않은데 이를 위반한 외국인을 처벌하는 건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며, 자의적 해석으로 인한 악용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출입국관리법상 외국인 정치 활동 금지 조항의 입법 취지, 다른 법률상 정치 활동의 의미 등을 종합하면, “외국인에게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건 아니지만 특정 정당이나 정치단체, 특정 정치인을 지지 또는 반대하기 위한 각종 행위, 공직 선거 관련 행위, 즉 정권의 획득 또는 유지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활동뿐 아니라, 정권 획득 또는 유지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더라도 한국 정부를 상대로 본인 또는 그와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사람의 이익 내지 권리를 주장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의견을 표현하는 행위도 정치 활동에 포함될 수 있다”고 헌법재판연구원은 해석했다.
외국인의 경우, 집회·결사 자유를 포함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제한된다고 보는 것이다. 이는 주한 중국대사관이 지난 4일 한국에 체류 중인 자국민들에게 “공공장소에서 정치적 발언을 자제하고, 정치 집회 장소와 거리를 유지하라”고 공지한 이유다.
이 때문에 차제에 외국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도록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강 변호사는 “외국인의 한국 정치 관련 활동, 국내 정치에 관여하는 부분은 논란이 있으니 검토가 필요하다”면서도 “한국에서 본국 정치 관련 활동을 하는 건 예외 조항으로 둘 필요가 있다”고 국회에 관련 논의를 촉구했다.
헌법재판연구원도 “다른 법 규정으로 충분하다면 삭제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며 “삭제하지 않을 경우엔 국내외 입법례를 참고해 제한되는 정치 활동을 구체화해 열거할 수도 있고, 위반 정도에 따라 위반 시 제재를 차등화하는 방안도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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