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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딥시크’ 78억짜리 기술에 ‘AI공룡’ 엔비디아 847조 날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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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1-28 11:02:58 수정 : 2025-01-28 11: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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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사상 하루 최대 손실 기록

중국의 인공지능(AI) 신생기업 ‘딥시크(DeepSeek)’가 적은 개발 비용을 들여 선보인 AI 모델에 전 세계 최첨단 AI 칩 시장을 장악한 미국의 ‘AI 공룡’ 기업 엔비디아가 직격탄을 맞았다. 딥시크 발 충격에 미국 역사상 하루 최대 손실인 시가총액 847조원이 증발한 것이다.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 로고와 중국 국기 일러스트. 로이터 연합뉴스

27일(현지 시간) 미국 CNBC 등에 따르면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16.86% 급락, 118.58달러에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약 5890억 달러(약 847조원) 줄었다. 손실 폭은 코카콜라와 셰브런 시가총액의 두 배 이상이다. 오라클과 넷플릭스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도 크다.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 3월16일 이후 최악의 기록이다. 앞서 메타가 2022년 하루 사이 2320억 달러(약 333조 6200억원)를 잃어 가장 큰 손실을 기록했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순자산도 약 210억 달러(약 30조2200억원) 날아갔다. 포브스 억만장자 순위는 20위로 떨어졌다.

 

엔비디아는 지난주 애플을 제치고 미국 시가총액 1위 기업에 올랐지만, 이날 손실로 다시 3위로 강등됐다. 1위는 애플, 2위는 마이크로소프트(MS)다. 

 

이날 낙폭은 중국 AI 연구소 딥시크가 미국 내 무료 앱스토어 1위를 차지하면서 발생했다. 딥시크는 지난달 말 엔비디아의 저기능 칩인 H800을 이용해 단 2개월 만에 600만 달러 미만 비용으로 무료 오픈 소스 대규모 언어 모델을 구축했다고 발표했다. 딥시크가 최근 개발한 AI 모델 ‘V3’에 투입된 비용은 557만6000달러(약 78억80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딥시크의 등장에 엔비디아가가 큰 충격을 받은 건 AI 모델 개발에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칩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 때문으로 분석된다. 엔비디아는 지난 2년간 A100과 H100 등 자체 개발한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통해 전 세계 AI 열풍을 주도해 왔다. 지난해 4분기부터는 ‘블랙웰’이라는 새로운 AI 칩을 내놓으면서 알파벳, 메타, 아마존 등 빅테크를 비롯해 AI 개발업체에 공급해 오고 있다.

 

H100의 경우 칩 한 개 가격이 3만달러 안팎에 이르는 알려져 있으며, AI 모델을 구동하기 위해서는 이런 칩이 수십만 개가 필요한 상황이다. AI 모델 훈련과 실행에 수십억 달러를 지출하는 빅테크 기업 등 AI 개발 기업들은 AI 기술 주도권을 잡기 위해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엔비디아의 칩을 사려고 줄섰다. 이에 엔비디아는 막대한 매출을 올렸고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60%를 넘었다. 지난해 9∼11월 분기 매출은 1년 전보다 94%, 순이익은 106% 급증했다.

 

하지만 딥시크가 저가형 반도체로도 고성능 AI 모델을 출시하자 업계에 지각 변동이 예고됐다. 딥시크의 추론 모델 R1은 미국 오픈AI가 지난달 말 출시한 o1에 필적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무어 인사이트 앤 스트래티지의 패트릭 무어헤드 CEO는 뉴욕타임스에 “이전엔 인공지능이 더 크고 좋고 빨랐다. 반도체가 클수록 AI 기능도 향상된다”며 “하지만 모든 게 너무 빨리 진행돼 엔비디아 반도체를 계속 그만큼 필요로 할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 EPA/연합뉴스

딥시크 모델 훈련에는 엔비디아의 H800 칩이 사용됐지만, 이는 미 정부의 수출 규제를 피하기 위한 중국 수출용으로 성능을 낮춘 것이다. ‘V3’ 등 딥시크가 내놓은 AI 모델이 엔비디아의 최신 칩보다 성능이 떨어지고 저렴한 칩을 사용했는데도 빅테크의 최신 모델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능가하는 성능을 내고 있는 것이다.

 

딥시크의 값싼 AI 모델 개발 방식이 확산한다면 엔비디아가 그동안 비싼 AI 칩을 앞세워 올렸던 막대한 매출과 순이익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글로벌 투자 연구기관 야르데니 리서치의 에드 야르데니는 “미국 대형 기술 기업들이 딥시크로부터 더 저렴한 GPU로 AI 시스템을 설계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면 엔비디아에는 그다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예컨대 언어 모델 라마를 개발하는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의 경우 올해 데이터 센터 등 AI 인프라 구축에 최대 650억 달러(93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비용이 훨신 적게 드는 방식으로 재고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딥시크 영향으로 대형 반도체 제조업체인 브로드컴도 이날 17% 폭락, 시가총액이 2000억 달러(287조 6000억원) 줄었다. 엔비디아 GPU에 하드웨어 판매를 의존하는 델, 휼렛패커드엔터프라이즈(HPE), 슈퍼마이크로컴퓨터 주가도 5.8% 이상 떨어졌다.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07% 급락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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