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승부조작 의혹에 휩싸였던 손준호(33)가 국제축구연맹(FIFA)의 중국축구협회(CFA) 징계 요청 기각으로 복귀 기회를 잡았다.
손준호는 과거 2014년 포항 스틸러스에서 프로에 데뷔한 뒤 2018년 전북 현대로 와 K리그 무대를 평정했다.
전북 중원 핵심으로 발돋움한 그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전북 현대의 K리그1 우승 3회와 FA컵(현 코리아컵) 우승 1회에 크게 기여했다. 이후 중국으로 건너간 그는 2021년 중국 프로축구 슈퍼리그 산둥 타이산에 입단해 리그와 FA컵 우승으로 2관왕을 이루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러다 국내 축구팬의 귀를 의심케하는 소식이 들려왔다.
손준호가 2023년 5월12일 상하이 훙차오공항에서 귀국 도중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죄’ 혐의로 연행돼 중국 공안의 조사를 받았다는 것이다. 당시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끌던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과 축구협회가 나섰지만 손준호를 접견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손준호는 10개월 만인 2024년 3월 석방돼 귀국했고, 프로축구 K리그1 수원FC에 입단하며 다시 그라운드를 누볐다. 지난해 8월 울산 HD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27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1400일 만에 K리그 복귀골을 터뜨리기도 했다. 당시 손준호는 “국민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잊지 않고 걱정해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버티고 돌아올 수 있었다”면서 “가족들이 없었으면 이 자리에 없었을 수도 있는데 끝까지 응원해 준 가족들에게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만 승부조작 혐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 달 뒤 CFA는 프로리그 불법 도박과 승부조작 사건의 특별 시정 조치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손준호에게 영구 제명 징계를 내렸다. CFA가 축구협회는 물론 FIFA와 아시아축구연맹(AFC)에도 손준호의 영구 제명 징계를 통지했고, 결국 수원FC는 손준호와 계약 해지 수순을 밟았다. 손준호는 선수생명이 끊길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FIFA가 CFA의 징계 요청을 기각하면서 기사회생했다. 축구협회는 지난 24일 “FIFA로부터 손준호의 징계를 전 세계로 확대해달라는 CFA의 요청은 기각되었음을 알리는 공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로써 손준호에 대한 징계는 중국 내에서만 유효하게 됐다. K리그 팀은 물론 중국을 제외한 해외리그에서도 활동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과거 축구 국가대표팀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손준호가 다시 국내외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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