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시대에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강호고수가 여럿 출도해 세상을 평정했으니 역사학자 임용한도 그 중 한명이다. ‘처절함 속에서 희망을 통찰하는 역사학자’로서 전쟁과 인간을 이야기하며 ‘토크멘터리 전쟁사’ 등으로 유명한 유튜버 스타가 됐다.
그의 신간 ‘손자병법-세상의 모든 전략과 전술’은 전쟁사에 정통한 전문가가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전쟁과 전투로 동서양 모두의 고전이 된 손자병법을 풀어내는 해설서다.
‘손자병법’하면 ‘36계 줄행랑’정도나 떠올릴 현대인에게 저자는 다양한 통찰과 비전을 제시한다. 고대 그리스·로마에서부터 미드웨이 해전, 아프간전쟁 등 수많은 역사 속 전장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기원전 6세기에 등장한 고전이 품은 정수를 새롭게 전달한다. 나폴레옹, 롬멜, 칭기즈칸, 알렉산더에서부터 강동 6주를 외교전으로 넘겨받은 고려 외교관 서희까지 손자병법을 해설하기 위해 등장하는 인물 이야기도 풍부하다.
2차 세계대전의 맹장 패튼도 여러 차례 등장하는데 병법 핵심인 ‘세(勢)’를 설명하는 대목에서도 그가 주인공이다. 사납게 흘러내리는 물이 돌을 떠내려가게 하는 것이 ‘세’라고 손자는 설명했는데 이기기 위해선 ‘세’를 추구해야 한다. 패튼은 “이기지 못하면 한 명도 살아 돌아오지 마라”고 강변하곤 했다. 북아프리카 전선에 투입된 미군 제2군단이 졸전을 펼치자 구원투수로 사단장에서 군단장으로 올라섰는데 “항상 철모를 쓸 것. 야전에서도 군복 안에 셔츠를 받쳐 입고 넥타이를 맬 것. 늘 각반을 찰 것”이라는 명령을 내린다.
신임 군단장의 엉뚱한 군기잡기는 비판과 냉소를 샀지만 어쨌든 이후부터 패튼 군단은 신화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저자는 이같은 군기잡기가 감춰진 더 큰 목적이 있다며 “온갖 불평을 하면서도 이 부조리한 명령이 악착같이 실천되는 모습을 보면 지휘관에 대한 신뢰와 함께 서로에 대한 신뢰감이 생긴다”는 것이다.
장수를 위한 책인 만큼 손자병법은 결국 리더십에 대한 교훈서다. 손자는 이렇게 강조한다.
“지휘관이 병사들에게 영합해 느릿느릿 자신없게 말하는 것은 사졸의 신망을 잃은 증거다. 상을 자주 주는 것은 지휘자가 사졸을 통솔하는데 군색해졌기 때문이며, 벌을 자주 주는 것은 통솔하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지휘관이 처음에는 사졸들을 난폭하게 다루어놓고 나중에 그들을 두려워해서 달래는 것은 가장 잘못된 통솔방법이다.”
올바른 리더십은 자기 권력의 확인이 아니라 신뢰양성이 그 목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손자의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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