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찔끔 느는 동안 물가는 큰 폭 상승
2023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 마이너스
근로자 세 부담 완화 정책도 효과 없어
중·하위층보다 최상위층에 더 큰 혜택
물가 급등 품목 ‘톱10’ 대부분 먹거리
서민들 먹고 사는 부담도 그만큼 커져
‘나는 물가에 기는 월급.’
월급쟁이들의 벌이는 제자리걸음 수준인데 물가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 월급 상승세가 2년 연속 둔화한 반면, 물가는 치솟으면서 근로소득 증가율과 물가 상승률 격차가 금융위기 시절 이후 최대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더구나 물가 급등 품목 대부분이 과일 등 먹거리에 집중되면서 서민들의 ‘먹고사는’ 부담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임광현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연도별 근로소득 천분위 자료에 따르면 최근 집계된 2023년(귀속연도) 1인당 평균 근로소득(총급여 기준)은 4332만원이었다.
이는 1년 전(4213만원)과 비교하면 2.8% 증가한 수치로,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020년(2.3%)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근로소득 증가율은 2021년 5.1%까지 확대됐다가 2022년(4.7%)에 이어 2023년까지 2년 연속 둔화했다. 2.8% 증가율은 최근 10년간 평균 증가율(3.6%)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근로자 월급이 ‘찔끔’ 늘어나는 동안 물가는 큰 폭 상승을 이어갔다. 2023년 소비자 물가는 1년 전보다 3.6% 상승해 2022년(5.1%)에 이어 2년 연속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물가보다 월급이 적게 오르면서 근로소득과 소비자물가 간의 상승률 차이는 -0.8%포인트를 기록했다. 2022년(-0.4%포인트)에 이어 2년 연속 마이너스다. 근로소득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밑돈 것은 2009년(-2.0%포인트) 이후 2022년과 2023년이 처음이다. 특히 2023년에는 마이너스 폭이 더욱 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한 근로소득자의 세 부담 완화 정책은 최상위 소득계층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국회와 정부는 서민·중산층 세 부담 완화를 위해 5000만원 이하 하위 2개 구간의 과세표준을 상향 조정하는 등 세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2023년 1인당 평균 결정세액은 428만원으로 전년 대비 6만원(-1.4%) 감소했다.
다만 세 부담 완화 효과는 중·하위 소득자보다는 최상위 소득자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소득자 중 최상위 0.1% 구간 2만852명의 1인당 평균 근로소득은 9억6004만이었다. 이 구간 1인당 평균 결정세액은 3억3290만원으로 전년 대비 1836만원 감소(-5.2%)했다. 반면, 중위 50% 소득 구간(20만8523명)의 1인당 평균 근로소득은 3302만원이었다. 이 구간 소득자들의 1인당 평균 결정세액은 29만2054만원으로 전년 대비 0.9%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먹거리 중심으로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며 서민·중산층의 가계 살림을 더 팍팍하게 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물가 상승이 가팔랐던 상위 10개 품목 중 과일·채소 등 먹거리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상기후로 인한 출하량 감소로 배(71.9%)와 귤(46.2%), 감(36.6%), 사과(30.2%), 배추(25%), 무(24.5%) 등의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외식물가도 마찬가지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지역 7개 외식 메뉴 가격은 10년 전 대비 평균 40.2% 올랐다. 해당 기간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자장면 가격이 4500원에서 7423원으로 65.0% 올라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이외에 냉면(50%), 김치 찌개백반(44.4%) 등도 평균 이상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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