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저하고' 흐름 보일 듯…HBM3E 판매 확대 관건
삼성전자[005930]가 지난해 4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2조9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PC와 모바일 등의 수요 침체와 중국발 저가 물량 공세로 주력인 범용(레거시) 메모리 반도체가 부진했고,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수요가 급증한 고대역폭 메모리(HBM)에서는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탓이다.
다만 사상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비와 시설 투자를 기록하는 등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준비는 이어갔다.
올해 상반기에도 반도체 분야의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장기 경쟁력 강화와 고용량·고사양 제품의 포트폴리오 구축을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 DS 연간 매출 첫 100조 넘었지만…시스템·파운드리 여전히 적자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작년 한 해 영업이익이 32조7천260억원으로 전년보다 398.34%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31일 공시했다.
매출은 300조8천709억원으로 전년 대비 16.2%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연간 매출이 300조원대를 기록한 것은 2022년(302조2천314억원)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연간 매출은 111조1천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00조를 넘었다.
연간 순이익은 34조4천514억원으로 122.45% 늘었다.
다만 이 같은 기록에도 4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에는 못 미쳤다.
4분기 영업이익은 6조4천927억원으로,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7조6천376억원을 15% 하회했다.
4분기 매출은 전분기 대비 4% 감소한 75조7천883억원을 기록했다.
DS 부문은 서버용 고부가가치 메모리 제품의 판매 확대로 전 분기 대비 3% 증가했으나, 완제품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스마트폰 신모델 출시 효과 감소로 전분기 대비 10% 감소했다.
4분기 순이익은 7조7천544억원이었다.
4분기 실적을 부문별로 보면 DS부문은 매출 30조1천억원, 영업이익 2조9천억원을 기록했다.
메모리는 모바일과 PC용 수요 약세가 지속된 가운데 HBM과 서버용 고용량 DDR5 판매 확대로 D램 평균판매단가(ASP)가 상승해 4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연구개발비와 첨단 공정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초기 램프업 비용 증가로 전분기 대비 소폭 감소했다.
시스템LSI와 파운드리는 모바일 수요 약세와 연구개발비 증가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증권가에서는 메모리 사업부가 5조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린 반면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가 2조원이 넘는 적자를 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DX 부문은 4분기 매출 40조5천억원, 영업이익 2조3천억원을 기록했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모바일 경험(MX)은 플래그십 신모델 출시 효과 감소 등으로 스마트폰 판매가 줄어 전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하락했다. TV와 가전 사업은 업체간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둔화됐다.
하만은 전장 사업의 안정적인 수주 속에 매출 3조9천억원, 영업이익 4천억원을 기록했고, 디스플레이는 매출 8조1천억원, 영업이익 9천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시설투자액은 전 분기 대비 5조4천억원 증가한 17조8천억원으로, 이중 반도체는 16조원, 디스플레이는 1조원 수준이다.
연간 시설투자 금액은 역대 최대인 53조6천억원으로, 반도체에 46조3천억원, 디스플레이에 4조8천억원이 각각 투자됐다.
미래 성장을 위한 적극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한 결과 4분기 연구개발비는 10조3천억원으로 분기 최대를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35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 올해는 '상저하고'…HBM3E 판매 확대 관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는 반도체 분야 약세가 지속되면서 전사 실적 개선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세트(완제품) 부문에서 AI 스마트폰과 프리미엄 제품군 판매를 확대해 실적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메모리는 모바일·PC 고객사의 재고 조정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고사양·고용량 제품 수요 대응을 위한 첨단 공정 전환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D램의 경우 1b 나노 전환을 가속화해 DDR5와 LPDDR5X 공급 비중을 확대하고, 낸드는 V6에서 V8로 공정 전환을 진행하고 서버용 V7 QLC SSD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분기부터 메모리 수요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D램과 낸드 모두 시장 수요에 맞춰 레거시 제품 비중을 줄이고 첨단 공정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파운드리는 AI·고성능컴퓨팅(HPC) 등 응용처와 첨단 공정 수주 확대를 위해 공정 성숙도 향상에 집중할 계획이다.
MX는 갤럭시 S25 등 플래그십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하고 거래선과 협업을 강화해 AI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할 방침이다. 영상디스플레이(VD)와 생활가전은 AI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해 수익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실적도 상반기 바닥을 확인하고 이후 반등에 나서는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반도체 부문 실적의 추가적인 악화에도 갤럭시 S25 판매 효과에 힘입어 직전 분기와 유사한 6조6천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2분기에 스마트폰의 계절적인 감소와 범용 메모리 업황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연간 분기 실적 저점은 2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석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상반기까지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나 하반기에 범용 메모리 가격 회복, 고용량 메모리 중심의 판매 확대, HBM 양산 개시, 파운드리 적자 축소가 이뤄질 것"이라며 "올해 매출액은 305조원, 영업이익은 35조5천억원으로 2024년 대비 실적 개선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 21곳의 실적 컨센서스(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4.29% 증가한 312조9천510억원, 영업이익은 1.57% 증가한 33조2천446억원으로 예측됐다.
메모리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HBM3E 판매 확대도 향후 실적 개선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3분기부터 HBM3E 12단을 시작으로 엔비디아 공급 본격화가 추정되고 AI 주문형반도체(ASIC) 수요 급증으로 올 하반기부터는 브로드컴, 구글, 아마존 등으로 HBM3E 12단, HBM4 공급 확대가 예상된다"며 "1분기 실적 저점을 확인 후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 개선폭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쟁사 대비 낮은 HBM 비중으로 출하량과 가격 방어가 상대적으로 불리할 것"이라며 "올해 3분기로 예상하는 주요 미국 고객향 HBM3E 12단의 판매 확대가 이뤄지지 못한다면 메모리 부문 출하량과 가격 측면에서 경쟁사 대비 불리한 구도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연합>연합>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