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 1일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에 펜타닐(마약) 관리를 빌미로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가운데 이를 이틀 앞두고 정부 관계자들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보편 관세 부과를 피할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와 캐나다도 관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조치를 준비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철강 노조의 관세 부과 반대가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밀어부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소식통들은 모든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 관세의 방식보다는 특정 산업에 조치를 취하는 방향으로 정부가 관세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특히 철강, 알루미늄 등 특정 품목에만 일단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소식 통 중 일부는 2월 1일에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관세 조치를 발표하되 시행까지는 유예 기간을 두면서 진행 중인 캐나다, 멕시코와의 협상을 계속할 수 있다고도 전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후보자는 전날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캐나다와 멕시코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및 마약 밀수 단속 요구를 이행할 경우 “관세는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러트닉 후보자는 “이것은 본질적으로 관세가 아니다”라며 ”이것은 국내 정책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캐나다와 멕시코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공개적으로 들어주는 모양새를 보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 국가가 즉각적인 관세 부과를 피할 수 있도록 하는 그림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26일 콜롬비아와 이민자 송환 문제를 두고 대치하는 중 관세 부과로 위협했지만 콜롬비아가 송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이를 철회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WSJ에 캐나다 정부 관계자들이 러트닉 후보자의 발언에 고무됐다고 전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펜타닐, 이민과 관련해 미국 요구를 들어주기 위한 조치를 준비 중이다. 데이비드 맥건티 캐나다 국경 담당 장관은 최근 캐나다 정부가 미국과 새로운 ‘북미 펜타닐 대응팀’ 설립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멕시코는 이민 문제와 관련해 실무 그룹을 구성했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1977년 제정된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에 따라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는 방식으로 관세를 부과할 것을 검토해왔다. 하지만 WSJ는 일부 정부 관계자들이 주초에 워싱턴 연방법원이 백악관 관리예산국(OMB)의 연방 보조금 동결과 관련된 메모 집행을 차단한 뒤 긴급 권한을 사용하는 관세 부과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법원이 IEEPA를 이용한 조치를 제지할 경우 향후 다른 국가를 대상으로 이를 사용할 가능성까지 차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USMCA)으로 엮여있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미국이 25%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국내 경제에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우려가 제기돼왔다. 또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철강노조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면적인 관세 부과 계획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철강노조는 캐나다산 원유가 조합원들에게 미치는 중요성을 강조하며 약 3만 명의 철강노동자가 캐나다산 원유를 사용하는 정유 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캐나다산 원유 가격이 지나치게 오르면 베네수엘라산 원유로 대체될 가능성도 대두됐다.
반면 철강 산업계와 트럼프 대통령의 외부 무역 고문들은 2019년 USMCA 협상 과정에서 철폐된 멕시코 및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 관세 복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구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캐나다와 멕시코 수입품 중 특정 품목에 관세가 부과된다면 이 두 산업과 관련된 것일 가능성이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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