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인근에서 발생한 여객기와 군용 헬기의 충돌 당시 로널드 레이건 내셔널 공항의 항공 관제탑의 근무 인원이 “비정상적”(not normal)이었다는 미 연방항공청(FAA) 보고서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30일 FAA가 전날 사고와 관련해 내부 공유용으로 작성한 예비 안전보고서를 입수해 “사고 당시 로널드 레이건 공항의 관제탑 인력은 시간대와 교통량을 고려할 때 정상이 아니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고 당시 관제탑에는 근무 인원이 1명뿐이었으며, 이 관제사 혼자 공항 인근 헬기와 활주로에서 상륙하고 출발하는 여객기를 모두 제어하고 있었다. 이 업무는 통상 두 명의 관제사에게 각각 배정이 된다.
NYT는 “이런 상황은 관제사의 업무 부담을 늘리고 업무 수행을 복잡하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관제사 한 명이 헬기와 여객기 조종사와 동시에 소통하지 못하고, 조종사끼리도 서로의 말을 듣기 어렵기 때문이다. 관제사 한 명이 비행기 조종사와 헬기 조종사와의 교신을 위해 서로 다른 무선 주파수를 사용해 동시에 소통할 수 없고, 조종사끼리도 서로의 말을 듣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로널드 레이건 내셔널 공항뿐 아니라 전반적인 미국 항공교통관제 시설의 인력 부족은 고질적인 문제라고 NYT는 지적했다. 2023년 9월 마지막으로 의회에 보고된 항공 교통 관제사 인력 보고서에 따르면,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서 근무하는 관제사는 19명으로 FAA와 관제사 노조가 설정한 고용 목표(30명)의 3분의 2에 미치지 못했다.
이 공항은 워싱턴 시내와 백악관, 미 국방부 청사에서 가까우며 민간 여객기와 군용 항공기가 매일 여러 차례 오간다. NYT는 수년간 예산 부족과 직원의 이직 등 여러 요인으로 이 공항의 많은 관제사가 일주일에 최대 6일, 하루에 10시간을 근무해야 했다고 전했다.
한편 공항 관제사는 사고가 발생하기 30초 전부터 군용 헬기 조종사에게 여객기가 보이는지 물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CNN이 입수해 보도한 관제탑 녹음본에 따르면, 당시 헬기 조종사는 ‘여객기 뒤로 지나가라’는 관제사 지시에 응답했지만 이로부터 약 13초 뒤 충돌 소리와 함께 당황한 관제사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여객기와 헬기에 탑승했던 67명이 전원 사망한 것으로 구조 당국은 판단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