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4분기 반도체 영업익 2.9조… 지난해 영업익은 32.7조원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6조49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4분기 반도체 사업에서는 2조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수요 침체와 중국발 저가 물량 공세로 주력인 범용(레거시) 메모리 반도체가 부진했고, 인공지능(AI)에 필요한 고대역폭 메모리(HBM)에서는 경쟁사에 뒤진 결과다. 지난 한해 영업이익은 32조72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영업이익 32조7200억원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지난해 한 해 영업이익이 32조7260억원으로 전년보다 398.34%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31일 공시했다. 매출은 300조8709억원으로 전년 대비 16.2% 증가했다.

31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뉴시스

삼성전자의 연간 매출이 300조원대를 기록한 것은 2022년(302조2314억원)에 이어 두 번째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연간 매출은 111조100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00조를 넘었다. 연간 순이익은 34조4514억원으로 122.45% 늘었다.

이같은 기록에도 4분기 실적 흐름은 좋지 않았다. 4분기 영업이익은 연구개발비 등 비용 증가로 전분기보다 약 2조7000억원 감소한 6조4927억원, 4분기 매출은 전분기 대비 4% 감소한 75조7883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DS 부문은 서버용 고부가가치 메모리 제품의 판매 확대로 전 분기보다 3% 증가했다. 완제품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스마트폰 신모델 출시 효과 감소로 전분기 대비 10% 감소했다. 4분기 순이익은 7조7544억원이다.

4분기 실적을 부문별로 보면 DS부문은 매출 30조1000억원, 영업이익 2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메모리는 모바일과 PC용 수요 약세가 지속된 가운데 HBM과 서버용 고용량 DDR5 판매 확대로 D램 평균판매단가(ASP)가 상승해 4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연구개발비와 첨단 공정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초기 램프업(증설) 비용 증가로 전분기 대비 소폭 감소했다. 시스템LSI와 파운드리는 모바일 수요 약세와 연구개발비 증가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31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뉴시스

DX 부문은 4분기 매출 40조5000억원, 영업이익 2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모바일 경험(MX)은 플래그십 신모델 출시 효과 감소 등으로 스마트폰 판매가 줄어 전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하락했다. TV와 가전 사업은 업체간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둔화됐다.

하만은 전장 사업의 안정적인 수주 속에 매출 3조9000억원, 영업이익 4000억원을 기록했다. 디스플레이는 매출 8조1000억원, 영업이익 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4분기 시설투자액은 전 분기 대비 5조4000억원 증가한 17조8000억원이다. 반도체는 16조원, 디스플레이는 1조원 수준이다. 지난해 연간 시설투자 금액은 역대 최대인 53조6000억원으로, 반도체에 46조3000억원, 디스플레이에 4조8000억원을 투입했다.

4분기 연구개발비는 10조3000억원으로 분기 최대를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35조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뉴시스

◆올해 AI 경쟁력 강화 추진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반도체 분야 약세가 지속되면서 전사 실적 개선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세트(완제품) 부문에서 AI 스마트폰과 프리미엄 제품군 판매를 확대해 실적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메모리는 모바일·PC 고객사의 재고 조정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고사양·고용량 제품 수요 대응을 위한 첨단 공정 전환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D램의 경우 1b 나노 전환을 가속화해 DDR5와 LPDDR5X(저전력 더블 데이터 레이트 5X) 공급 비중을 확대한다. 

삼성전자는 2분기부터 메모리 수요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D램과 낸드 모두 시장 수요에 맞춰 레거시 제품 비중을 줄이고 첨단 공정으로 전환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파운드리는 AI·고성능컴퓨팅(HPC) 등 응용처와 첨단 공정 수주 확대를 위해 공정 성숙도 향상에 집중할 계획이다.

MX는 갤럭시 S25 등 플래그십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하고 거래선과 협업을 강화해 AI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할 방침이다. 영상디스플레이(VD)와 생활가전은 AI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해 수익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송은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