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기상캐스터 괴롭힘’ 의혹 MBC에 “지체 없이 조사 지도”

근로자성 여부 먼저 검토할 전망

지난해 9월 숨진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씨가 생전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돼 고용노동부가 사업주인 MBC에 관련 조사를 하도록 지도에 나선다.

故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인스타그램 캡처

31일 고용부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을 통해 이날 사측에 자체 조사를 지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용부 관계자는 “국민신문고를 포함해 사실관계를 파악하라는 얘기들이 전달되고 있다”며 “오늘 안으로 지도 조치 등이 취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누구든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고, 사측은 이를 인지한 즉시 지체 없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객관적인 조사를 해야 한다.

MBC는 측은 프리랜서였던 오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명시한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인지 아닌지를 먼저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면, 괴롭힘 여부는 따질 수 조차 없다. 앞서 지난해 걸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는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괴롭힘 여부를 따지지 못했다.

이후엔 괴롭힘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전망이다. 근로기준법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괴롭힘으로 규정한다. 업무에 관한 지시나 질책을 하는 과정에서 인격에 대한 멸시와 조롱을 포함하는 욕설, 폭언이 포함되는 경우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된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뉴스1

고용부는 MBC 측이 자체 조사토록 한 뒤 필요하면 추가 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조사 지도 외에 서울서부지청이 별도로 오씨의 근로자성을 따지거나 직장 내 괴롭힘 내용을 파악할 수도 있다. 

오씨 유족은 고인이 2021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 사망 직전까지 2년가량 해당 동료 등의 폭언과 부당한 지시로 고통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은 고인의 생전 어려움이 담긴 일기와 따돌림 정황이 확인되는 대화 등을 나중에 찾아 뒤늦게 공론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인의 MBC 동료 직원을 상대로 한 ‘직장 내 괴롭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법에 제기됐다.

이지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