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부당합병’ 의혹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김선희·이인수)는 3일 이 회장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추측이나 시나리오, 가정에 의해 형사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라며 “검사의 항소 이유에 관한 주장에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 회장을 비롯한 삼성 임원진은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최소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사내 미래전략실이 추진한 각종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회계 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2012년 12월 작성한 ‘프로젝트 G’라는 문건을 근거로 회사가 이 회장의 승계계획을 사전에 마련했고 이에 따라 이 회장에게 유리하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작업을 실행한 것으로 의심했다.
약 3년 5개월간의 재판 끝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지난해 2월 1심 판결에서 이 회장의 19개 혐의를 전부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두 회사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나 지배력 강화만을 목적으로 한다고 볼 수 없고, 합병 비율이 불공정해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봤다.
검찰은 즉각 항소했다.
2심에서는 지난해 8월 증권선물위원회의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제재 처분에 대한 서울행정법원 판결이 변수로 등장했다. 행정법원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를 일부 인정했다.
검찰은 행정법원 판결을 반영해 공소장을 변경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면죄부가 주어진다면 지배주주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위법과 편법을 동원해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며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이 회장은 최후진술을 통해 “삼성과 저에게 보내 주신 애정 어린 비판과 격려를 접하면서 회사 경영에 대한 새로운 각오도 마음속 깊이 다졌다”며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곳곳의 여러 사업가와 전문가를 만나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고, 국내외 현장에서 뛰고 있는 여러 임직원과 소통하면서 삼성의 미래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소명에 집중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