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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눈] 위기 빠진 한국경제, 특단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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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2-04 23:23:18 수정 : 2025-02-04 23: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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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수출 침체에 정치도 불안
일본식 장기불황 빠질까 우려
각계서 추경 필요성 발언 속출
골든타임 놓치지 말고 결단을

‘12·3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지고 두 달이 흘렀다. 정치적 혼란과 불확실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고, 이로 인해 한국 경제는 바닥이 어디인지도 모를 만큼 추락 중이다. 연말·연시 특수는 온데간데없고, 긴 설 연휴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지는 못했다. 이러다 한국 경제가 일본식 장기 불황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우선 내수가 침체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금리도 높고 물가도 높아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했는데, 작년 연말 계엄 사태로 소비 심리가 더 얼어붙었다. 내수 지표인 소매판매는 지난해 2.2% 감소해 신용카드 대란이 있었던 2003년(-3.2%) 이후 2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우상규 경제부장

안타까운 건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100.7로 기준치를 웃돌았다는 점이다. 이 지수가 100을 넘었다는 것은 과거 평균적인 경기보다 기대감이 컸다는 얘기다. 그런데 계엄 사태로 12월에는 88.4로 폭락했다. 한 달 만에 12.3포인트나 떨어진 건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금융위기 수준의 충격을 줬다는 의미다. 그나마 올해 1월 이 지수가 91.2로 상승하긴 했지만, 여전히 100보다 낮아 비관적인 공기가 더 짙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데, 경제의 핵심축인 수출도 전망이 썩 밝지 않다. 올해 1월 10.3% 감소하면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설 연휴가 1월에 있어 조업일수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지만 15개월 연속 증가세가 끊긴 것은 좋은 신호로 보기 어렵다. ‘설 효과’ 탓이었으니, 2월에는 나아질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관세전쟁 공포’로 세계 무역시장이 술렁이고 있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관세전쟁 공포는 우리 금융시장도 뒤흔들고 있다. 지난 3일 코스피는 장중 2440선이 깨졌고, 원·달러 환율은 한때 1470원대로 치솟았다. 미국의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가 한 달간 연기돼 한숨 돌리긴 했지만, 안심할 순 없다.

우리 경제에 대한 경고등은 이미 지난해부터 켜졌다. 세 분기 연속 제로(0) 성장의 ‘쇼크’ 상태다. 지난해 2분기 성장률 -0.2%, 3분기 0.1%, 4분기 0.1%를 기록했다. 성장률이 세 분기 연속 0.1% 이하를 기록한 것은 외환위기 때인 1997년 4분기부터 이듬해 2분기까지 이후 26년 만이다. 지금 상태를 방치했다가는 한국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의 경쟁력이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에 들어섰다’는 이른바 ‘피크 코리아’(Peak Korea) 주장도 있다.

뭔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경제 전문가들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경기 둔화 보완을 위해 15조∼20조원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자신이 고집하던 ‘민생회복지원금’을 포기할 수 있다며 추경을 요구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인공지능(AI) 및 민생 추경 편성의 시급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여·야·정 국정협의체 가동을 전제로 “세금을 가장 효과적으로 써야 한다는 기본 원칙하에 국회와 정부가 (추가 재정 투입을) 함께 논의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추경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제 여당의 결정만 남은 듯하다. 여당은 그동안 ‘건전 재정’에 무게를 둬 온 탓에 추경 편성에 부정적인 듯하다. 조기 재정집행 얘기만 되풀이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 등 여러 차례 고비를 극복한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 느긋하게 그 회복력을 믿고 기다려도 괜찮을까.

어떤 일의 성패를 결정지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간대를 ‘골든 타임’이라고 한다.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환자에게 수술이 필요할 때, 시기를 놓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받아들게 될 수도 있다. 추경도 골든 타임이 있다. 만시지탄(?時之歎)의 상황이 와서는 안 된다.


우상규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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