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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한 순대국밥에 추억 한숟갈… 포근함을 맛보다 [김동기 셰프의 한그릇]

, 김동기 셰프의 한그릇

입력 : 2025-02-08 11:00:00 수정 : 2025-02-05 20:5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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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삼기국밥

곡성 읍내 학정천 따라 걷다보면
유독 세월 느껴지는 음식점 눈길
막창에 소를 채운 암뽕순대 별미
깊은 국물맛 순대국밥 꼭 맛봐야
내장 고기들과 콩나물 식감 일품
정갈하게 놓인 김치와 환상 궁합
우연히 찾은 순댓국 집에서 먹은 김치에서 그리운 맛이 났다. 구수한 순대국밥과 더불어 추억을 함께 먹었다. 

 

삼기국밥 전경

◆곡성의 고즈넉한 겨울

지난해 12월 고등학교 특강을 위해 전남 곡성을 찾았다. 높고 청량한 곡성의 하늘과 조용한 시내의 모습이 참 인상 깊었다. 매서운 바람이 불던 서울과는 다르게 역에서 내려 마주한 겨울의 곡성은 포근한 느낌마저 났다. 겨울의 고즈넉함이 오롯이 느껴지는 마을을 가로질러 학교까지 걸음을 옮겼다.

곡성은 영화 ‘곡성’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그래서인지 곡성 시내에는 영화와 관련된 테마거리가 많이 조성돼 있었다. 골목과 골목 사이에 있는 장미꽃 그림과 내 시대보다 훨씬 더 이전에 개봉했던 영화 포스터까지 다양한 테마로 꾸며져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렇게 골목 사이를 걷다가 정겨운 단어를 발견했다. 바로 ‘민박’이다.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끝 너머 푸른 하늘이 보이는 옥상이 있고 ‘민박’이라는 작은 표지판이 붙어있다. 옛날엔 바닷가든 산이든 놀러 가면 민박집이 많았다. 인터넷이 활발하지 않았던 시대라 예약 없이 그냥 놀러 가 적당한 민박집을 찾아 숙박했던 것 같다. 민박집 마당 평상에 앉아 고기를 구워 먹고 있으면 주인아주머니가 밑반찬을 가져다줬고 고기도 같이 나눠 먹곤 했다. 그런 우리나라의 민박 시스템은 한참 앞서간 ‘가정집 셰어 서비스’가 아니었을까 싶다.

 

삼기국밥

◆곡성 삼기국밥

평일 낮이어서 그런지 곡성 읍내는 참 한산했다. 수업 시작 전까지 시간이 남아 곡성 읍내를 가로지르는 학정천을 천천히 걸었다.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야만 누릴 수 있는 이 평화는 늘 환영이다. 학정천을 따라 걷다 보니 신식 아파트 사이에 세월이 느껴지는 음식점이 하나 보였다. 겨울 햇볕이 내리쬐는 ‘삼기국밥’이다. 점심시간의 그 고즈넉함이 내 발길을 이끌었다. 한편에 놓여 있는 TV에서 나오는 뉴스 소리, 낮일을 하고 온 인부들의 왁자지껄한 소리, 사장의 젓가락 정리하는 소리 등 예상했던 오래된 가게의 이 향수가 마음에 와 닿았다.

 

암뽕순대국밥

자리에 앉아 암뽕순대국밥을 주문했다. 전라도에서 막창에 소를 채운 순대를 암뽕순대라 부른다. 참 많은 순댓국을 먹어봤지만 암뽕순대국밥은 처음인지라 기대가 컸다. 직원 없이 사장이 혼자 음식을 준비하는 식당이라 느긋이 기다리기로 했다. 학정천 넘어 내리쬐는 햇볕이 가게 안으로 떠밀리듯 밀려들어 오고 있었다. 한겨울인지 모를 정도로 따뜻한 햇살을 느끼며 음식을 기다리는 그 공백은 사색에 잠기기에 딱 좋다. 나보다 더 오래된 듯한 은쟁반에 음식이 가득 올려 나왔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뚝배기 위 부추향이 향긋하게 올라왔다. 국물을 한 모금 입에 넣자 뜨끈하고 우아한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국밥 속 고기와 순대 그리고 콩나물이 국물을 머금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막창순대의 속 재료는 꾹꾹 눌러 넣다 못해 터질 것 같은 비주얼이다. 집어 올린 순대는 단단했지만 입에 넣는 순간 부드럽게 사라졌다. 순대는 진하면서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는데 막창순대의 투박한 모습에 더 그 맛이 정겹게 느껴졌다. 곱게 간 들깻가루와 양념을 국밥에 섞었다. 간은 새우젓으로 내는데 뜨거운 국밥에서 새우가 익어 그 풍미와 맛이 한층 더 새로워졌다. 씹히는 내장 고기들과 콩나물의 식감은 국밥 한 그릇에서 낼 수 있는 최고 예술의 경지가 아닐까 싶다.

정갈하게 놓인 김치를 한입 먹었다. 암뽕순대국밥도 훌륭했지만 이곳은 김치가 진짜다. 김치 때문에라도 이곳을 다시 찾을 것 같았다. 김치에선 어린 시절 외할머니댁에서 먹었던 김치 맛이 났는데 생각해보니 할머니의 고향은 곡성 근처 남원이다. 할머니 김치에도 청각이 들어있었는데 김치에서 개운한 맛을 내는 다양한 재료 중 할머니는 청각을 좋아하셨다. 하지만 어릴 적엔 이 김치 맛이 싫었다. 젓갈 맛이 강해서일 수도 있고 곁들여진 청각이 싫었을 수도 있다. 그 오랜 세월이 지나고도 이 맛이 기억나는 게 참 신기했다.

 

김치

◆한국인 ‘소울푸드’ 김치

김치는 대한민국의 대표 음식이다. 쌀쌀한 바람이 불어올 때면 집집마다 김장을 하느라 온 가족이 모여 잔치가 열렸었다. 지금은 김장하는 집들이 적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김장 문화는 일 년 중 가장 큰 행사 중 하나다.

김치는 발효와 저장의 예술이다. 배추를 소금에 절여 배추의 신선함을 유지하고 아미노산과 젖산이 발생하게 함으로써 시원하고 독특한 맛을 낸다. 김치의 종류 또한 다양하다. 지역별로 대표 격인 김치들이 있는데 서울은 조선 시대부터 오랫동안 우리의 수도였기에 궁중요리에 맞게 다양한 종류의 김치가 발전했다. 보쌈김치, 오이김치, 배추김치 등이 있다. 풍부한 재료를 활용하는 경기도에는 꿩김치나 씨도리김치 등이 있고 수산물과 윤택한 곡창지대가 넓은 전라도 지역은 젓갈과 다양한 고춧가루를 활용한 김치들이 발전했다. 여수 갓김치와 나주 동치미도 유명하다. 경상도 김치는 간이 센 편이며 알싸한 매운맛이 특징이다. 부추김치와 깻잎김치 등이 있다.

 

들기름 미나리 김치 파스타
■김치 미나리 파스타 만들기

<재료>

배추김치 100g, 미나리 50g, 삶은 스파게티면 150g, 치킨스톡 150mL, 간마늘 10g, 베이컨 30g,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30mL, 그라나 파다노 치즈 15g, 버터 30g.

<만드는 법>

① 팬에 버터를 두르고 다진 김치와 미나리, 베이컨을 볶는다. 베이컨 향이 올라오면 간마늘을 넣어 살짝 더 볶아 준다. ② 치킨스톡을 넣은 뒤 끓으면 면을 넣고 버무려 준다. ③ 소금간을 해주고 그라나 파다노 치즈를 넣어 농도를 맞춰 준다. ④ 마지막으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을 뿌려 준다.

 

김동기 다이닝 주연 오너 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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