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링해 형성된 기압능 영향
북극 찬 공기 계속 내려보내
4일 서울 체감온도 -18.7도
5일 강원 -18도 등 추위 계속
다음주초 기온 다시 오를 듯
절기상 봄이 온다는 입춘(3일)이 지났지만 강추위가 기승이다. 4일 오전 서울 지역 체감온도가 -19도 안팎을 기록하는 등 올겨울 가장 강력한 한파가 전국을 덮쳤다. 이번 한파는 우리나라 북동쪽 베링해에 자리한 기압능(저기압을 둘러싸 골짜기를 이룬 고기압 구역) 영향 때문이란 게 기상청 설명이다. 이번 주 내내 한파가 이어지다 이 베링해 기압능이 약화하는 다음 주 초 들어서야 추위가 다소 사그라들 예정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 최저기온은 -11.5도까지 떨어졌다. 이는 예년 이맘때 아침 기온보다 5도 낮은 것이다. 바람이 거센 탓에 이날 아침 서울 체감온도는 -18.7도까지 내려갔다. 사람이 느끼는 더위나 추위를 수량적으로 나타낸 체감온도는 겨울의 경우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날 서울 최대 순간풍속은 초속 11.6m를 기록했다.
서울뿐만이 아니다. 강원 대관령은 -17.5도, 경기 파주 -14.5도, 강원 철원 -14.2도, 인천 -11.3도, 충북 충주 -10.9도, 경기 수원 -10.8도, 경북 안동 -10.4도, 충남 천안 -9.2도 등 전국 아침 기온이 전날 대비 5∼10도, 평년보다 3∼10도나 낮았다.
한파는 당분간 이어질 예정이다.
당장 전날 오후 9시부터 전국 대부분 지역에 한파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이날 오후 9시 기준으로도 한파특보가 계속 이어졌다. 5일 서울·인천·경기 지역 예상 최저기온은 -16∼-12도, 부산·울산·경남 -12∼-5도, 대구·경북 -15∼-9도, 광주·전남 -10∼-3도, 전북 -13∼-8도, 대전·세종·충남 -13∼-9도, 충북 -16∼-11도, 강원 -18∼-8도 등으로 전망됐다.
3일 밤과 이날 오전 사이에는 전남·북과 제주 지역에 대설특보가 발효됐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오전 7시30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가동하고, 대설 위기 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상향했다.
우리나라에 한파가 덮친 건 태평양 북쪽 바다인 베링해에 형성된 기압능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편서풍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막힌 공기가 우리나라 북쪽에서 북극의 찬 공기를 머금은 절리저기압을 형성하고, 이 저기압이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찬 공기를 우리나라 쪽으로 계속 내려보내는 상황인 것이다.
대기 상층뿐 아니라 지상부에서는 중국에 자리한 대륙고기압이 우리나라에 찬 공기를 밀어넣고 있다. 이 대륙고기압 또한 상층에서 들어온 찬 공기가 지상부로 내려오면서 계속 강화하고 있다는 게 기상청 측 설명이다.
이번 한파의 주요 원인이 된 베링해의 기압능은 10일쯤부터 약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베링해 기압능이 약해지면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공기 흐름에 속도가 붙고, 우리나라로 내려오던 찬 공기 또한 그쪽으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기상청 중기예보에 따르면 서울 기준으로 10일 예상 최저기온이 -8도, 11일 -5도, 12일 -3도 등으로 차차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당분간 한파가 이어지자 질병관리청은 한랭질환 예방을 위한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심뇌혈관질환자는 추운 날씨로 인한 교감신경계 활성화로 심뇌혈관질환이 악화할 수 있고, 호흡기계질환자는 건조하고 차가운 공기로 인해 기관지 수축에 따른 증상이 악화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65세 이상 어르신과 어린이는 야외활동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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