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
“공소사실 유죄라는 의심 들지만
송, 황에 수사청탁 사실 증명 안돼
前 시당 위원장 증언 신빙성도 낮아”
비서관 하명수사 개입도 “증거 부족”
황 “檢 부당 수사·기소 피해 없어야”
검찰 “수긍하기 어렵다” 상고 입장
문재인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받은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과 송철호 전 울산시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부당한 수사를 진행하게 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공소사실이 유죄라는 의심이 든다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수사를 청탁·공모한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 판단 이유를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설범식)는 4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황 의원과 송 전 시장에게 “송 전 시장이 황 의원에게 하명수사를 청탁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면서 1심의 징역 3년을 취소하고 각각 무죄를 내렸다.
이에 따라 함께 기소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1심 징역 2년)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1심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울산시청 내부 자료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1심 징역 3년)만 유죄가 인정돼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연루된 울산시청 등 공무원들도 자료 유출 혐의로 벌금 100만∼700만원이 선고됐다.
이 사건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가 문재인 전 대통령의 30년지기 친구로 알려진 송 전 시장의 당선을 돕기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송 전 시장은 2017년 9월 울산지방경찰청장이던 황 의원에게 당시 울산시장이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 관련 수사를 청탁한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송 전 시장이 황 의원에게 김 의원 관련 수사를 청탁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민주당 윤장우 전 울산시당 정책위원장의 증언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재판부는 “일부 증언을 부정하면서 번복했고 구체적인 주변 상황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고 지적했다.
또 앞선 지방선거에서 송 전 시장이 윤 전 위원장이 아닌 다른 후보를 지지했던 점을 언급하며 “송 전 시장 측과 전체적인 이해가 대립해 진술 신빙성에 관해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송 전 부시장의 정보를 토대로 문모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이 범죄 첩보서를 작성했고, 이 첩보서가 백 전 비서관과 박 전 비서관을 통해 황 의원에게 전달돼 하명 수사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대통령 비서실 내 상급자 등의 제3자가 백 전 비서관과 박 전 비서관에게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기 위한 김 의원 비위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라는 지시를 하거나 송 전 시장을 만나 이를 간접적으로 공모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봤다.
청와대 내부에서 관련 보고서를 작성한 행위에 대해선 “공직비리 동향 파악에 해당하므로 민정비서관실, 반부패비서관실 업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황 의원이 김 의원 수사에 적극적이지 않은 담당 경찰관들을 좌천성 인사 조치했다는 직권남용 혐의 역시 “황 의원이 김 의원 관련 비위 의혹에 대한 수사를 청탁받았다고 볼 수 없고, 소속 경찰관들에 대한 전보 조치가 관련 인사에 관한 규정을 위반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무죄로 판단했다.
황 의원은 이날 “검찰의 부당한 수사, 부당한 기소로 인한 피해는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고, 송 전 시장은 “이 사건은 정치적 목적에 의한 정치적 조작 사건”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다는 황당한 궤변”이라면서 “법기술을 동원한 언어유희 2차 가해”라고 법원을 비판했다. 검찰도 “사건을 주도한 고위 공직자들은 모두 처벌을 면하는 반면 이들의 요구 등으로 선거공약 자료를 제공한 지방 공무원들만 선거권을 박탈당하는 불합리한 상황”이라며 상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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