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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기업’·‘친미일’…이재명의 ‘우회전 변신’ 통할까 [미드나잇 이슈]

입력 : 2025-02-04 21:58:00 수정 : 2025-02-04 22: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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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사회’ 내려놓고 ‘親기업 성장’ 강조
금투세-가상자산에 반도체법도 입장 변화
“자유민주진영” 언급…韓美日 협력 찬성
‘중도층 선점’ 포석 속 지지율 견인 효과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가 아닙니까.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입니다.”

 

“지금은 나누는 문제보다 만들어가는 과정이 더 중요한 그런 상황이 됐다고 판단합니다.”

 

“고소득자 초전문가들에 한정해서 그들이 동의하는 정도에서 몰아서 일하게 해 달라는데, 제도적으로 그걸 왜 막느냐? 제가 거절하기가, ‘안 된다’ 이렇게 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변신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요 정책에서 과거와 크게 달라진 발언들을 내놓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밀착한 여당 지도부의 행보로 강성 보수 지지층이 결집하는 가운데, 표류하는 중도·개혁 보수 성향 유권자를 공략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진보 진영의 원칙과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 대표의 전략이 중도층 공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전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 적용제외 어떻게?'를 주제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디베이트 3에서 토론회 개최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반도체특별법’ 찬성 기류 등…‘親기업’·‘성장’ 강조

 

이 대표의 최근 행보는 ‘실용주의’와 ‘성장’이라는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경제 정책에 있어선 ‘탈규제’를 화두로 던지며 그간의 민주당 이념과는 배치되는 행보에 나서고 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 반도체특별법 관련 정책 토론회를 주재한 뒤, 핵심 쟁점인 ‘주 52시간 근로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 규정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당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 대표는 토론회 당시 “중요 산업의 연구개발(R&D) 인력이 몰아서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고 언급해 경영계의 입장을 반영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규제 강화’ 노선인 민주당의 기존 입장과는 반대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연이어 결정했던 이 대표가 반도체특별법에 있어서도 전향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진행한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업’을 9차례나 언급하는 등 민주당에 뿌리 잡고 있던 ‘반(反)기업 정서’에서 탈피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던 ‘기본사회’ 정책도 재검토에 나섰다. “지금은 나누는 문제보다 만들어 가는 문제가 더 중요하다”며 성장을 기반으로 한 양극화 완화와 지속적인 발전을 제시했다.

 

아울러 민주당 1호 공약이었던 ‘민생회복지원금’ 정책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위해서라면 포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해 12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 회의실에서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와 면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미동맹 강화’ 親美 노선으로…“韓∙美∙日 협력 찬성”

 

외교·안보 측면에선 그간 민주당 대표 노선이라 할 수 있는 ‘친중·반미’ 이미지를 돌파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통상 보수 정치인의 언어로 인식돼 온 “자유민주진영”이라는 표현도 자주 구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13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대국민 성명을 통해 한국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미국과 우방국들에 감사를 표하며 “자유민주진영의 일원으로서 세계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미동맹 강화와 전략적 경제 파트너십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이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정부를 맞아 한∙미동맹의 강화, 전략적 경제파트너십 강화가 더욱 중요해졌다”면서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가 아니냐,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이라고 했다.

 

일본과의 관계에서도 협력 의지를 보였다.

 

그는 지난달 22일 영국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한·미·일 협력에 반대하지 않으며, 일본의 국방력 강화가 한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는 2022년 한·미·일 합동군사훈련을 비판했던 것과 대조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찬대 원내대표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중도층 선점’ 포석 속 지지율 견인 효과는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조기 대선을 앞두고 중도층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을 두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당이 강성 보수 지지층 규합에 나선 가운데, 향후 조기 대선에서 양당 지지층이 강하게 결집할 경우 승부는 결국 중도 성향 유권자들 표심에 따라 결정 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념적 성향을 희석하더라도 합리적 이미지를 구축해 지지층 외연 확장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중도층 입장에선 정권 교체는 해야겠지만 이재명만이 최선이냐는 의문도 많은 상황”이라며 “기존 지지층인 집토끼를 규합하면서 중도를 어느 정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이 대표 입장에선 전략적 변화를 위한 실용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진보 진영의 원칙과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당장 양대노총과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는 이 대표가 “오로지 정권 창출에만 혈안돼 친기업·반노동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국민의힘도 이 대표를 겨냥해 강도 높은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일을 사사건건 반대했던 이재명 대표가 최근 갑작스럽게 성장과 친기업을 내세우며 우클릭을 하고 있다”면서 “말과 행동이 너무 다르니 민주당 지지자들조차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이 대표의 탈이념 실용주의 전략이 중도층 공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긴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이 대표가 단순히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중도층을 겨냥한 정책을 펼치다 보면 결국 집토끼 지지층이 반발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이 대표의 발언과 행보에 진정성이 있다고 보이지 않아 실제로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윤진 기자 sou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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