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2025년도 노벨평화상 후보로 공식 추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1기 재임 시절 여러 외교 성과를 냈는데 노벨평화상을 받지 못했다는 불만을 종종 터트렸다. 전임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노벨평화상을 받았는데 그보다 더 많은 일을 한 자신은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북·미 정상회담도 트럼프의 외교 성과 목록에 포함돼 있다. 박 의원이 이런 트럼프의 환심을 사기 위해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트럼프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덜컥 추천한 행위는 여러모로 부적절했다.
무엇보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강력한 반이민 정책을 펴면서 취임 첫 주에만 미국 내 불법 체류자를 만명 가깝게 추방했다. 미국에는 약 15만명으로 추정되는 한인들이 불법 체류 중이고 일부는 체포돼 추방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동포 중 대다수는 일자리를 갖고 세금을 꼬박꼬박 내면서 합법적인 신분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미국 사회의 일원이다.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법은 미국 시민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것일 뿐 알프레드 노벨의 노벨평화상 제정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박 의원의 트럼프 추천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박 의원이 밝힌 추천 배경은 더 납득하기 어렵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긴장 완화와 국제 평화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점을 추천 이유로 들었는데 이는 본질을 호도하는 논리다. 싱가포르에서 북·미가 합의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북한뿐 아니라 한국의 비핵화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북한은 자신들이 선호하는 이 문구를 얻어낸 데다 북·미관계 개선을 비핵화에 앞세우는 북한식 비핵화 해법까지 관철했다. 이듬해 하노이 북·미회담이 ‘노딜’로 끝나지 않았다면 북한은 핵을 가진 채 제재의 멍에를 벗어던질 뻔했다.
당시 국가정보원장 외교안보특별보좌관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다룬 박 의원이 이런 맥락을 모를 리 없다. 박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2기 들어서도 북한과의 관계회복을 강조하고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국제적 기대를 이끌어냈다는 점도 후보 추천 사유로 들었다. 또 다른 ‘북·미 평화 이벤트’를 기대한다는 취지인가.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제대로 된 북한 비핵화를 이뤄낸다면 그때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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