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통상 변화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업종별 대책을 가동한다. 반도체·이차전지의 경우 미국 내 아웃리치(대외협력)를 강화하며 우리나라 기업의 타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는다.
자동차 산업에 대해선 기업의 대미 투자 확대 등 현지화 노력 강화를 지원하는 한편 아세안 등으로의 투자와 수출 다변화 방안을 보조해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전문가 태스크포스(TF) 등을 가동해 시나리오별 상황에 선제 대응키로 했다.
현재 미국에 수출하는 물량 중 263만t에 대해서만 무관세를 적용 받고 있는 철강산업의 경우 민관TF를 중심으로 대응전략을 마련하고 적극적인 대미 아웃리치로 보편관세와 함께 철강 수입 쿼터 축소 등에 대응한다.
조선산업의 경우 미국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수추 확대 및 신조 수주 가능성이 높은 만큼 범부처 협의체를 통한 전방위적 협력에 발맞춰 한·미 조선협력의 효율적 대응을 위한 민·관 협의체 구성·지원 방안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미국 신정부 출범에 따른 산업별 영향 및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韓반도체, 글로벌 수요 둔화 가능성↑…美 아웃리치 강화에 총력
정부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 및 보편 관세 부과 등으로 인해 전자통신기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고 이에 따른 반도체 글로벌 수요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특히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반도체 집적회로(IC) 수출은 전체 수출의 약 7.5%(106억8000만 달러)로 반도체 관세 부과시 수요 감소와 가격경쟁력 약화 등 직·간접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또 중국의 스타트업 딥시크가 저사양 고대역폭메모리(HBM)로 만든 고성능 인공지능(AI)를 출시한 것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저사양 AI칩과 장비에 대한 수출 통제를 확대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는 미국 정부, 의회 및 업계와의 소통을 강화하는데 총력전을 펼쳐 양국 산업의 안정적인 협력 관계 유지 및 미국 내 한국 산업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제고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반도체산업협회를 중심으로 미국 싱크탱크, 미협회 등 주요 기관과의 교류를 전개하며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미국 정부의 각종 조치 사전 효과 분석 등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배터리, IRA 보조금 중단 위기…투자지역 한미 협력 중요성 강조
배터리 산업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발표한 '미국 에너지의 해방' 행정명령에 따라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인프라법에 근거한 모든 지출이 중단될 수 있어 우리나라 산업 영향이 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미국이 캐나다에 25% 관세 부과를 본격화할 경우 캐나다에 투자한 우리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고 전기차 수요 감소, IRA 수혜 축소에 따른 공장건설 지연, 생산가동률 하락 등으로 경영활동에 차질이 발생할 공산도 크다.
정부는 먼저 미국이 캐나다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캐나다에서 생산되는 셀에 대해 미국 외 국가(유럽 소재 고객 공장 등)에 수출 가능한지 검토하며 대응책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에서 생산한 제품은 미국으로 수출하고 캐나다에서 생산한 제품은 유럽으로 보내 타격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배터리산업협회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의 공통 메시지 리플렛을 마련해 우리 기업들이 투자한 7개주 주정부·의회·카운티를 대상으로 풀뿌리 아웃리치를 추진키로 했다.
미국 내 싱크탱크를 활용한 한미 배터리 협력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할 예정이다. 정부는 향후 행정부·의회에 영향력 있는 싱크탱크 전문가를 섭외해 한미 배터리 동맹 필요성 등을 담은 분석보고서를 발간하고 인터배터리(3월), 현지 포럼 등에 초빙해 빅마우스로 활용할 계획이다.
◆자동차, 미국 현지 투자 확대와 아세안 등으로 수출 다변화 모색
자동차 산업의 경우 미국의 멕시코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거나 우리나라에 10~20%의 보편관세를 도입할 경우 대미 수출 의존도가 50% 이상되는 만큼 수출물량 유지에 차질을 빚을 수 있고 수익성 악화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봤다.
대응책은 크게 2가지 방향으로 추진된다.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대미 투자확대 등 현지화 노력을 강화하는 한편 아세안 등 타지역으로 투자와 수출 다변화를 모색하며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꾀하는 방식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앨라바마·조지아 및 매타플랜트 생산공장, 연구개발(R&D) 시설 등을 포함해 2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인데 이렇게 되면 미국 내 판매되는 물량 중 현지 생산 비중이 44%→60~75% 수준으로 확대된다.
또 인도네시아에 15만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을 운영하고 베트남에 완전분해조립(CKD) 방식의 자동차 조립공장을 확대해 미국의 통상 변화에 따른 타격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와함께 자동차협회는 인니·태국·베트남 등 아세안 주요국을 대상으로 민·관 네트워킹 활동 등을 추진하면서 기업들의 수출 다변화를 돕는다는 계획이다.
정부 차원에선 전문가 TF를 구성해 미국의 시나리오별 상황에 선제 대응하고 유럽·독일·일본 등 대미 자동차 무역수지 흑자국의 자동차협회들과 협력 강화로 관세 부과 중심의 보호무역주의에 대비한다.
◆철강, 수입쿼터·보편관세 부과에 대응…저가 철강재 피해 방지
철강 산업은 미국의 철강 수입 규제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1기 집권 당시인 2018년엔 해외에서 수입되는 철강에 25% 보편관세를 부과했는데 2기 행정부도 보편관세와 함께 철강 수입 쿼터 축소 등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미국에 수출하는 물량 중 263만t에 대해서만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는데 향후 추가적인 보편관세 부과 또는 무관세 수입쿼터 축소 등을 추진할 경우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달 발족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을 실시간 점검·대응하고 올 상반기안에 종합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수요산업별로는 미국의 행정명령을 분석해 한국산 철강제품이 미국 제조업 부흥을 위한 기여방안 논리도 마련해 미국 정부와 상·하원 의원, 싱크탱크 등을 대상으로 한국산 인식 제고 위한 아웃리치를 전개한다.
아울러 시장 질서를 지키지 않는 저가의 수입산 철강재로 인한 국내 산업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고도화된 수입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및 무역구제조치 활용 가능성도 열어두기로 했다.
◆조선, 美 해군 MRO 사업 확대 위한 한미협력 강화 지원
조선업의 경우 미국 신정부 출범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단됐던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을 재개할 것임을 공식화함에 따라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인 LNG선 수출이 더욱 늘어날 수 있어서다.
또 미국 해군 함정 MRO 사업 수주 확대 및 신조 수주 가능성도 높다. 우리나라 조선사들은 현재 일부 군수지원함 MRO 수행하고 있는데 향후 수익성 높은 전투함의 MRO 및 신조 참여 확대 기대된다.
정부는 2025년 조선산업 주요 정책 방향과 지원을 통해 경쟁국의 추격에 대비하고 K-조선의 경쟁력을 지속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계획이다.
먼저 한미 조선협력을 K-조선 도약의 발판으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산업부는 범부처 TF를 통해 한미 조선협력의 효율적 대응을 위한 민관 협의체를 구성하고 지원할 계획이다.
또 LNG 운반선 뒤를 이을 수소운반선, 암모니아추진선 등 'K-조선 차세대 5대 먹거리 육성전략'을 하반기 중 마련한다. 아울러 조선기자재 업체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조선산업 소부장 강화방안'을 상반기 중에 수립하기로 했다.
<뉴시스>뉴시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