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에라(Riviera)는 지중해에 면한 프랑스 동남부와 이탈리아 서북부 해안가를 의미한다. 니스, 칸, 모나코 등 세계적 관광 명소들이 밀집한 지역이다. 2015년 7월 프랑스 제2의 도시 마르세유와 앙티브 사이에 있는 리비에라 해변이 느닷없이 폐쇄됐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당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 여름 휴가 장소로 그곳에 있는 별장을 택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보안 당국으로선 외국 국가원수의 신변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런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인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외국 정상의 안전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이 바다 수영을 즐길 권리를 차단해선 안 된다”며 정부를 성토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사우디 국왕은 리비에라에서의 일정을 단축하고 일찌감치 다른 나라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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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리비에라는 따뜻한 지중해 햇살과 옥색 바다로 유명하다. 19세기 무렵부터 이웃나라 영국의 귀족 등 상류층 사이에서 추운 겨울을 보낼 명소로 각광을 받았다. 이곳을 사랑한 인물로 가장 유명한 이들 가운데 한 명이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 윈스턴 처칠(1874∼1965)전 영국 총리다. 아마추어 화가였던 그는 생애 말년까지 틈이 나는 대로 리비에라를 찾아 그림을 그렸다. 2차대전 이후 한동안 프랑스에선 공산당, 사회당 등 좌파 정당들이 높은 인기를 누렸다. 당시 처칠이 “설령 프랑스가 공산주의 국가가 된다고 해도 설마 내가 리비에라 바닷가를 찾는 것까지 막진 않겠지”라고 말했다는 것은 오늘날 널리 회자되는 유명한 일화다.
물론 리비에라의 운명이 늘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초반인 1940년 6월 나치 독일이 프랑스를 침공해 항복을 받아낸 것이 대표적이다. 한때 유럽을 넘어 전 세계를 호령했던 강대국 프랑스가 하루아침에 독일 눈치나 보는 소국으로 전락한 것이다. 2차대전 후반 미국, 영국 등 연합국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대륙 국가들을 나치 압제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한 침공 작전을 계획했다. 1944년 6월 연합군이 프랑스 북부 해안가를 교두보 삼아 침투한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그로부터 2개월 뒤 프랑스 남부 일대를 장악한 리비에라 상륙작전이 대표적이다. 수많은 소설과 영화의 소재가 된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달리 리비에라 상륙작전은 오늘날 기억하는 이가 많지 않으니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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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중동의 가자 지구를 미국이 점거하고 개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방미 중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나 정상회담을 한 뒤 내놓은 구상이다. 트럼프는 “우리가 가자 지구를 소유할 것”이라며 “가자 지구를 개발하면 ‘중동의 리비에라’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현재 가자 지구에 거주하면서 이슬람교를 믿는 팔레스타인 주민 전부가 딴 곳으로 이주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는 점이다. 미국이 아무리 이스라엘의 우방국이라고는 하나 이쯤 되면 너무한 것 아닌가. 트럼프는 주변 아랍 국가들이 팔레스타민 주민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지만 성사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하겠다. 가자 지구가 중동의 리비에라는커녕 중동의 불모지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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