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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현실이 된 ‘피크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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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2-05 23:24:11 수정 : 2025-02-05 23:2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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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간 경제성장률 지속적 추락
탄핵 정국에 美 관세 폭탄도 가시화
한국 경제에 번지는 ‘제로 성장’ 공포
정치 불안 해소, 재정·금융 지원 시급

‘1.3%, -0.2%, 0.1%, 0.1%’.

지난해 우리나라의 분기별 경제성장률이다. 낙제 수준의 경제성적표다. 1분기 ‘깜짝 성장’의 기쁨도 잠시였다. 2분기 역성장에 이어 3·4분기는 제자리걸음이다. 심지어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 난맥상과 경제 불확실성으로 4분기 성장률은 한국은행 전망치(0.5%)의 5분의 1토막으로 곤두박질쳤다. 과거 고도성장기를 거친 후 성장이 정점을 찍고 내리막에 접어들었다는 이른바 ‘피크 코리아(Peak Korea)’론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김기동 논설위원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상경 계열 교수 111명에게 ‘피크 코리아에 동의하냐’고 물었더니 3명 중 2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57.6는 올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2 미만으로 예상했다. 말 그대로 ‘제로 성장’ 공포가 한국 경제를 엄습하고 있다.

최근 30여년간 수치로도 확연히 드러난다. 1990년대까지 두 자릿수에 달했던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00년대 들어 5%대, 2010년대엔 3%대, 2020년대 이후 2%대로 떨어졌다. ‘피크 재팬(Japan)’이나 ‘피크 차이나(China)’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20%(명목 GDP 기준)까지 떨어졌다. 199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기간 극단적인 봉쇄정책 탓에 중국을 지탱하던 내수(소비)가 급감했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고, 길거리에는 청년 백수가 넘쳐났다. 합계출산율마저 1.0명으로 떨어지면서 ‘세계 인구 1위’ 타이틀은 인도에 내줬다.

다급해진 중국은 대대적인 경기부양에 나서고, 산아제한 정책까지 속속 폐지하면서 안간힘을 쏟고 있다. 가파른 저출산·고령화에 내수 부진과 고용시장 침체를 겪고 있는 한국의 현실과 교묘하게 오버랩된다.

한때 전 세계의 부러움을 샀던 한국이 조롱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일본 내에서는 ‘한국이 피크 차이나를 지적하면서 다른 나라 걱정할 때가 아니다’라는 비아냥이 쏟아진다. 한국에 따라 잡혀 자존심을 구긴 일본이 한국을 진단하는 게 기분 나쁘지만 마냥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저성장 탈출에 국력을 쏟아온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의 출구를 목전에 두고 있다. 한때 ‘기회의 땅’이었던 중국도 우리와의 기술 격차를 좁히며 경쟁자로 급부상한 지 오래다.

올해 우리 경제의 키워드는 ‘저성장’이다. 한국은행의 잠재성장률 추정치는 2000년대 초반 5% 내외에서 2010년대 중반 3%대로 하락했다. 2016∼2020년 2.5∼2.7%로 낮아지더니 2020∼22년 2% 안팎까지 떨어졌다. 우리나라 경제 체력이 그만큼 떨어지고 활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시한 올해 미국과 한국의 잠재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2.4%와 2.0%다. 2022년 미국에 처음으로 추월당한 뒤 4년 연속 뒤처지고 있다. 경제 규모가 한국의 15배인 미국보다 낮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다.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이 위기감을 키우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도 발등의 불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이미 멕시코, 캐나다를 상대로 ‘25% 전면관세’를 시행하려다가 한 달간 유예했다. 중국을 상대로 한 관세전쟁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힘을 앞세워 글로벌 경제 질서를 송두리째 갈아엎을 태세다. 조만간 우리에게도 불똥이 튈 게 뻔하다.

경제의 양 날개인 내수와 수출의 돌파구 찾기가 만만치 않다. 그래도 늦지 않았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게 우리 경제의 저력이다. 과거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경제 체질과 금융 시스템을 업그레이드시킨 게 한국의 힘이다. 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저성장 기조의 고착화부터 막아야 한다. 경제의 발목을 잡는 정치 불안부터 잠재워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원팀’이 돼 기업이 다시 역동적으로 뛸 수 있도록 과감한 규제 혁파에 나서야 한다. 재정·통화·세제·금융 등 가용수단을 총동원한 전방위적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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