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각자 작은 짐가방을 챙겨놨고, 매트리스를 전부 거실로 옮겼어요. 무슨 일이 일어나면 우리는 떠날 준비가 돼 있습니다.”
그리스 산토리니 의회 조지아 노미코 의장은 6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이같이 말했다. 그의 말은 최근 산토리니섬 주민들의 불안감을 잘 보여준다.
◆지난주에만 7700건…주만 1만여명 대피
그림 같은 풍광으로 유명한 이곳에 지난주에만 약 7700건의 지진이 관측되면서 당국은 결국 3월1일까지 이곳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지진 대처를 지원하기 위해 군과 경찰도 추가 배치됐다. 지난 주말 진동이 심해진 이후로 이미 1만2000명의 주민이 섬에서 대피했으며, 현지에 관광객은 거의 없는 상태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특히 지난 5일 규모 5.2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주민들 공포는 더욱 커졌다. 이번 지진 활동 중 가장 강력한 규모였고, 정부가 비상사태를 결정한 계기가 됐다. 미국 뉴욕에서 온 관광객 캐서린 윌슨은 가디언에 “지난 밤 지진 이후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다”며 “내가 묵는 호텔 운영자를 비롯해 현지인들이 그렇게 불안해하는 모습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전문가 “이례적인 현상”
산토리니는 아프리카판과 유라시아판 경계에 자리 잡고 있어 지진, 화산 활동이 잦다. 산토리니 등 화산 폭발에 의해 형성된 섬들이 이어진 지역을 ‘헬레닉 화산호’(Hellenic Volcanic Arc)라고 부른다.
1956년에는 규모 7.5의 지진이 발생해 53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큰 지진이나 분화 없이 비교적 안정적인 시기를 이어왔다. 이번 지진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도 뾰족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이유다.
그리스 아테네 국립 지구역학연구소의 아타나시오스 가나스 소장은 BBC에 “상대적으로 작은 지역 내에서 많은 지진이 관측되고 있으며, 본진이 일어난 뒤 여진이 발생하는 패턴과도 맞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며 “이는 정말로 전례 없는 일이다. 우리는 (현대에 들어) 그리스에서 이같은 일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지진 위기의 한가운데에 있다”고 했다.
영국 지질조사국의 마가리타 세구 선임 지진학자는 이번 지진이 군집을 이루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큰 지진이 발생하면 지진 활동이 한두 시간 동안 증가하다가 다시 이완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언제 끝나나”…아무도 예측 못해
전문가들은 지진 활동이 언제 끝날지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스 당국이 이번 지진이 앞으로 몇 주 더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은 가운데, 이번 연쇄 지진이 대규모 지진의 전조인지 아니면 이 자체로 마무리되는 것인지를 두고 전문가들 의견은 엇갈린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조안나 포르 워커 재해·위험감소연구소장은 대규모 지진은 본진이 발생하기 전 지진 활동이 소규모에서 중규모로 격화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가나스 소장은 이번 지진은 화산 지진의 특징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며 “지진 강도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 안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아테네 국립 지구역학연구소의 바실리스 카타스타티스 부소장은 “우리는 여전히 중간에 있다”며 “완화나 후퇴로 향하는 징후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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